추일서정
/ 김광균
낙엽(落葉)은 폴란드 망명정부(亡命政府)의 지폐(紙幣)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瀑布)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
가을비가 내리고 길 위에는 낙엽들이 뒹군다.
그런데 뭔가가 조화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번 주말이 남녘의 단풍 절정기라는데
내 눈에 보이는 주변 풍경들을 바라보면
이제 겨우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기후나 길거리 풍경은
늦가을이나 초겨울 분위기를 나타낸다.
어쩌면 가을의 실종인지도 모른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새들은 노래한다네.
그리고 여름엔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와 함께
온세상이 짙푸른 녹음으로 물든다네.
겨울이 되면 나뭇잎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다가는
뚝뚝 떨어져 얼어붙은 대지를 포근하게 덮어준다네.
이제 가을은 없다네.
언젠가 어디론가 가버렸다네~~
이대로 가을이 가기야 하랴마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 들판엔 황금빛으로 물든
벼의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가을비도 내리는 연유가 있겠지만
아니옴만 못할 것이다.
궂은비 내리는 아침
우산을 쓴 사람들이 총총걸음으로
늦가을을 향해 걸어갑니다.
궂은 가을비 내리는 아침
너무 이른 듯한 만추 분위기에
문득 김광균시인의 추일서정이 떠올랐나 봅니다.
날로 차가워지는 날씨에 강녕하시고
밝고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윤정하의 "찬비"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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