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
이제 6월도 훌쩍 절반을 넘어갑니다.
5월이 푸르른 달이라면
6월은 녹음이 숙성되어 가는 달이겠지요.
한낮의 햇살은 따갑지만
나무그늘에 서면 시원한 바람이
한 여름이 아닌 6월임을 알려줍니다.
탐스러운 수국꽃과 함께
아름다운 6월이 농익어 가는데,
노구를 이끌고 주말을 반납하고,
날밤을 새워가며
이 아름다운 유월을 허송(?)하며 지냈습니다.
살다보면 해야 할 업무도 중요하지만
때론 안부를 전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함을 느낍니다.
시간에 쫒기고 게으름에 빠져
무심히 지나치다보면
마치 화장실에 가서 뒤처리를 못 한 것처럼
괜히 하루가 찜찜함을 느낍니다.
사실 안부를 전하는데 30여분이 소요되니
30분 더 일하고, 30분 더 덜 자면 될 일이나,
그 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의 얘기지요.
아직도 밤새워 일할 수 있는 체력은 남아있는 듯한데,
사실 나이가 드니 업무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짐을 느낍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감안하고 또 하루하루를 살아가야지요.
급한 불을 끄느라 새벽에 퇴근하여
느지막이 출근해 사무실 옆의 공원을 몇 바퀴 돌며
아침운동을 대신하고 책상 앞에 앉아
잠시,
없는 여유를 부리며 마음을 추슬러봅니다.
그러고 보니 또 눈 깜박할 새에
한주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불금인가 봅니다.
푸르른 녹음이 향기롭게 익어가는
6월의 한 가운데서 맞이하는 주말,
그대는 어디로 향하시나요?
그저 평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해피 홀리데이!!!
(음표)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음표)임태경의 “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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