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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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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상사화/정호승/230926

서까래 2023. 9. 26. 09:33

선운사 꽃무릇꽃

선운사 상사화

 

선운사 동백꽃은 너무 바빠

보러 가지 못하고

선운사 상사화는 보러 갔더니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앞질러가네

 

그 여자 한 번씩 뒤돌아볼 때마다

상사화가 따라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얼른 돌아서서

나를 숨겼네.

 

- 정호승

 

선운사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한 여름철 선운사 산책로를 걷다보면

분홍색과 노랑색 등으로 피어난 상사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9월은 붉은 상사화라고도 불리우는 꽃무릇의 계절입니다.

상사화와는 다른 종이라지만 꽃무릇을 상사화라 부른들

굳이 타박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 토요일은 산악회를 따라 선운산 꽃무릇산행을 다녀왔습니다.

허전함을 달래려 매고 다니는 카메라에 풍경도 찍고 인물도 찍다보니

카페에 안올릴 수도 없고, 사진만 올리기도 그래서

글도 몇 자씩 보태게 됩니다.

 

카페에 올렸던 산행후기와 선운산 풍경사진 올려봅니다.

..................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싱어송 라이터인 가수 송창식씨는 30대 후반에

선운사 동백꽃의 낙화를 보면서 느꼈던 처연함을 노래에 담았다고 하는데

동백꽃이 통째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꽃이 눈물처럼 후두둑 진다고 표현했습니다.

참 멋있기도 하고 천재적인 분이기도 하지요.

 

선운사 하면 동백꽃도 유명하지만,

고목나무에서 웅장하게 피어나는 배롱나무꽃도 장관이고

그에 못지않게 꽃무릇도 유명하지요.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꽃무릇 3대 군락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아마 송창식씨가 꽃무릇이 피는 시기에는 선운사를 오지 못했었나봅니다.

산사를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는 처연한 꽃무릇꽃을 접했더라면

어떤 아름다운 노래가 탄생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저도 가장 자주 다니는 산 중의 하나가 선운산인데,

사실 동백꽃이나 꽃무릇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찾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계절적인 특별한 경관을 보러오기 보다는

생각나면 그냥 찾아와서 거닐고 오르내리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눈이 귀한 겨울철에는 일부러 눈 구경을 하러 가끔씩 찾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산악회에서 꽃무릇 개화시기에 맞춰서

선운산 산행을 준비해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그런데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문득 유행가 노래가사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우린 너무 쉽게 헤어젔어요라는 최진희의 노래가사가요.

주차장에서 단체사진 한 장만을 남기고

주차장에서 A코스와 B코스로 거의 반반씩 갈라서서

너희는 너희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따로따로 갈 길을 재촉했지요.

 

저는 A코스를 따라 우체국수련원에서 마이재와 수리봉, 소리재를 거쳐

대장금 촬영지인 용문굴에 들렀다가 낙조대를 거쳐 천마봉에 올라

반주를 곁들여 점심을 때우고 계단을 타고 마애불로 내려와

도솔천내원궁과 도솔암과 선운사를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가며

붉게 물든 꽃무릇 세상을 실컷 눈에 담고 왔습니다.

꽃무릇이 피는 계절이면 일상에서 거의 매일같이 꽃무릇꽃을 접하고 살기에

감흥이 새롭다고는 할 수 없으나

군락지의 규모가 보여주는 장관은 가히 비교가 안 되겠지요.

산행 후에는 시간이 남아 함께 간 친구와 파전에 막걸리도 한잔씩 나누었고

주차장에서 막간을 이용해 즐긴 뒷풀이도 좋았고

저녁도 맛있게 먹으며 하루 종일 즐거웠습니다.

 

집에 와서 거울을 봤더니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길레

아내에게 꽃무릇을 많이 봤더니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나보다고 얘기했다가

술 마시러 산에 다니느냐는 아내의 핀잔만 들었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충분히 즐거웠으면 됐지 말입니다.

................

어제도 날씨가 흐리더니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잦은 가을비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만,

눈 뜨고는 봐줄 수 없는 사람이 하는 일도 어쩌지 못하는데

하물며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하겠습니까.

 

다행히 추석연휴기간에는 비소식이 없는 듯합니다.

오늘 내일 일상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한가위를 맞이하시길 빕니다.

 

(음표) 송창식의 선운사

https://youtu.be/FslnyVcxXS4

 

(음표) 양희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https://youtu.be/gtys6lSbv_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