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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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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헤르만헤세/231012

서까래 2023. 10. 12. 09:53

그때

 

아직 여유가 있었다.

나는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그날 이전처럼 모든 것이

맑고 한 점의 티도 없었을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때는 왔다.

짧고 답답하게 와서

총총걸음으로 속절없이

청춘의 빛을 모두 걷어가 버렸다.

 

- 헤르만헤세

 

지나간 세월은 되돌릴 수 없고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사필귀정()이요.

인과응보{}라 했다.

자고로 뿌린 대로 거두는 법,

뿌린 만큼 거두었으면 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 집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화장실에 배설통을 두 개나 놔두었는데도

거실소파에 실례를 자주해서 소파에 흡수방지용

패드를 씌워놓고 생활을 한다.

 

소파에 배설을 하고서는 치워주라고 계속 울어댄다.

그리고는 배설물을 치우러 나오면 한쪽으로 가서

슬슬 눈치를 보고 앉아있다.

고양이도 자기가 잘 못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얘길 것이다.

뻔히 알면서 눈치 볼 짓을 왜 하느냐고 호통을 쳐보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말 그대로 쇠귀에 경 읽기다.

 

그래서 짐승이겠지.

하지만 미물도 자기가 잘 못한 것은 알고

아마도 속으로는 뉘우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고양이는 약과인지도 모른다.

그깟 오줌 똥 하나 못 가리는 게 무슨 대순가.

미물보다 못한 사람들도 널린 세상인데...

 

나라가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다.

물을 엎는 것으로도 모자라 물독까지 깨어버릴 태세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잘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엎어버린 물이야 어찌 하겠는가.

나머지 물독이라도 지켜야 한다.

아직 쏟아버린 물을 다시 받을 시간도 남아있지만 기대난망()이다.

역사는 흐른다지만 지금 역사의 수레바퀴는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모르겠다.

최악을 경험한 사람들은

최소한 최악을 피하기 위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명심보감에서는

길이 멀어야만 말의 힘을 알고,

세월이 오래 지나야만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오래 지나지 않아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도 있다.

민생이 도탄에 빠져도 깨닫지도 돌보려하지도 않는 건,

자질도 자질이지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애민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마음속에 지녀왔던 자부심이 자괴감과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건 슬픈 일이다.

 

기대는 않지만은 그래도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그때라는 시를 떠올리며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직 여유가 있었다.

나는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괜시리 아침부터 횡설수설 했습니다.

높고 맑고 푸른 하늘과 신선한 공기가

가을임을 일깨워주는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엮어 가시길...

 

(음표)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

https://youtu.be/WgEn50JjHlE

 

(음표) 전영의 서울야곡

https://youtu.be/spHiLlNBM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