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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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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습니다/이정하/240910

서까래 2024. 9. 10. 10:00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 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정하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달맞이꽃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도 세월이 흐르면 꽃이 될지도 모른다.

좋은 시절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면 꽃이 되겠지.

아직 꽃이 되면 안 되는데...

 

아마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전설을 갖고 있는 상사화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되었을까?

꽃이 되어서도 잎을 만나지 못하는 서글픈 운명의 꽃.

 

지난 일요일엔 마나님과 함께 장성호 수변길이나 걷고 올까 하다가

비슷한 거리에 있는 불갑사가 떠올라 한번 다녀왔습니다.

추석 즈음이면 핏빛보다도 붉은 꽃무릇이 온천지를 뒤덮겠지만

아직은 이르겠지만 상사화는 피어있겠다 싶었지요.

상사화의 개화시기가 꽃무릇에 비해 대략 한 달 정도가 빠르거든요.

꽃무릇철이 아니라서 한가할 줄 알았더니

외지에서 관광버스로 온 사람들이 의외로 넘치게 많더군요.

아마도 대부분 꽃무릇을 보러왔을 텐데 시기를 잘못 택한 거지요.

 

꽃무릇은 대부분 이제 꽃대가 올라오고 있어 열흘쯤 후에나 만발하지 싶고,

산속에 있는 상사화들은 이미 피었다가 져버렸더군요.

꽃무릇도 넓게 보면 상사화의 일종으로 보는 게 보편적인데,

사실 자세히 보면 꽃 색깔뿐만 아니라 꽃모양도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아마도 번식력에 있어서도 꽃무릇은 번성하고

상사화는 번식력이 약하지 싶습니다.

그만큼 상사화가 꽃무릇에 비해 개체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보통 꽃들이 산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피어올라 가는데

꽃무릇꽃은 정상부인 연실봉 바로 아래에 위치한

해불암 근처 풀숲에 몇 송이가 곱게 피어있고,

상사화는 불갑사초입에 조성해 놓은 화단에 피어 있더군요.

 

잠시 바람 쐬러 나섰는데 가다보니 연실봉까지 다녀왔는데

정상부에 사람들이 어찌 많은지 발 딛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산행 길에 그냥 담아본 풍경사진 올려봅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일들만 그득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린의 상사화

https://youtu.be/f4-4CNov7z0

 

(음표) 김정호의 달맞이꽃

https://youtu.be/9lINac-Hh9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