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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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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천상병/240925

서까래 2024. 9. 25. 10:01

행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평이 온단 말인가!

 

- 천상병

 

이승으로 소풍 왔다가

저승으로 소풍을 떠나신 분

행복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삶은 고달프셨을 것이고

부인의 삶도 녹록치는 않으셨을 것이다.

그 고단함을 이겨내신 건

아마도 사랑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다 가신 시인님이 존경스럽고,

부분적으로 부러운 면도 있으나

누구나 나름대로의 삶이 있는 법.

그렇게 살아갈 배짱도 능력도 없고,

솔직히 그분의 삶을 고스란히 본받고 싶지는 않다.

 

행복은 객관적인 게 아니고

주관적인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개똥밭을 구르더라도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행복한 사람인 것을.

 

문득 교과서에 실렸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글이 떠올라 옮겨본다.

 

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였다.

남편은 실직으로 집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을 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 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 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주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더 행복했다.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부디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음표) 조경수의 행복이란

https://youtu.be/wkSJRMHDrRo

 

(음표) 유준의 가난한 마음

https://youtu.be/5sKy00Qu3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