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시인
어제는 하늘(이) 열린( )날 개천절이었습니다.
단군왕검께서 고조선을 창건하신지 어언 4357년
올해가 서기 2024년이고 단기는 4357년이라 합니다.
4357년의 역사를 이어온 대한민국,
우여곡절도 많고 질곡도 많은 역사를 이어왔지만
요즘처럼 희한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지 싶습니다.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리게 마련이겠지만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도 아닌데,
앞은 보이지 않고
마라보는 것들은 모든 게 그냥 흐릿해 보이고,
눈에 띄는 놈들은 모두 사기꾼이나 꼭두각시처럼 보이는 건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지고
세파에 시달리며 살다보니 마음마저 삐뚤어진 탓인가 봅니다.
자연은 후손에게 빌려온 것이니
마음대로 사용할 게 아니라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고이 물려줘야 하고
온갖 시련을 겪으며 5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나라도
역사도 고이 물려주어야 하련마는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도
참으로 욕된 삶을 살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단군할아버지께서 내려다보고 계신다면
아마도 혀를 끌끌 차시지 싶습니다.
어제는 비가 내렸습니다.
어쩌면 순국선열을 비롯한 조상님들의 피눈물이었는지도 모르지요.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아내와 함께 고창 선운사로 향했습니다.
선운사 일대는 국내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입니다.
굳이 꽃무릇이 아니라도 집에서 40여분이면 닿는 거리여서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아 자주 찾는 곳입니다.
비가 내리니 사람들이 적어 한적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찾아간 선운사는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 10여리에 이르는 산책로변은
사방천지가 온통 붉은 꽃무릇 꽃으로 덮여있더군요.
어쩌면 조상님들의 피눈물이 꽃잎을 적셔
꽃잎이 그리도 처연한 빛으로 붉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요즘이야 주변에서도 눈길만 돌리면 마주할 수 있는
꽃무릇이지만 숲과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럽게 피어있는 경관은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도솔암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비 내리는 산길을 따라 우산을 들고 걷는 것도 운치가 있었고
내려오는 길에는 비 갠 후의 산뜻함과 청량감이 너무 좋았습니다.
오며 가며 대충 담아본 고창 선운사 주변의
꽃무릇꽃이 만발한 풍경사진 올려봅니다.
아침 출근길에 잠시 헷갈렸습니다.
월요인 인가 했더니 금요일이더군요.
징검다리 연휴를 마치고 맞이하는 금요일,
한주의 마무리 잘 하시고,
선선하다 못해 쌀쌀한 가을 기운과 함께 맞이하는 주말,
무엇보다 건강유의 하시고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송창식의 “선운사”
(음표) 안예은의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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