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보내고
별 아래 혀가 굳은 숲.
겨울을 보낸 고요 속에서.
아직 기대는 없다,
상기된 흥분도—
봄볕이 이길 것인가
아니면 겨울 어둠이?
숲 바닥에서 개울이 흐른다.
개똥지빠귀가 왔다.
눈 조각 아래
가는 풀이 바람에 흔들린다.
- 올라브 H. 하우게
날씨가 춥지요.
봄이 징하게도 오기 싫은가 봅니다.
아니 그 보다는 올 수 없는 사연이 있어
부러 늑장을 부리는 건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봄은 기어이 올 겁니다.
꽃샘추위 정도가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지요.
그러나 잃어버린 시간들은 어찌해야 하는지요.
이상화 시인의 시와 함께 한주를 열어가시게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기온은 차갑지만 물러가는 겨울의
마지막 작별인사라 여기며 건강에 유의하시고,
하늘을 우러러 활짝 웃을 수 있는 한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열어 가시길...
(음표) 양희은의 “상록수”
(음표) 김윤아의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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