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 모음 - 먼후일 外
봄의 기도2 35.0 * 19.0 2005년 진상용 작
김소월 시 모음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비슬산의 봄 53.0 x 73.5 2007년 진상용 작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여름 일상 33.0 * 55.0 2006년 진상용 작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동해에서 53.0 * 2004년 진상용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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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 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 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제주인상 84.0×60.0Cm 2003년 진상용 작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고흥에서 81.0×37.0C 2003년 진상용 작
길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 이 갈 길은 하나 없소.
간절곶 일출 76.5 *18.5 2005년 진상용 작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7호 광장에서 65.1 * 53.0 2004년 잔상용 작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가을의 서정 46.0 * 38.0 2006년 진상용 작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 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선바위 가는 길 70.5 *1902 2004년 진상용 작
산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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