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가는 5남1녀고 처가는 1남5녀인데 공교롭게도 나도 처도 모두 셋째이니
양가의 허리역할을 해야하련만 허리가 부실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산다.
하지만 허리가 제역할을 못해도 양가 모두 부부간에 화목하고 별 다른 변고 한번
치르지 않고 살아온 걸로 본다면 이것도 대복이라면 대복일 것이다.
어쨋건 처가집의 네째이자 청일점인 처남이 장남노릇하느라 고향인 도초에
형제들의 여행계획을 잡았으니 누구보다 수년간 아버님 산소를 다녀오지 못한
집사람이 기뻐하는 것 같다.
10시반 배로 간다기에 6시에 기상하여 느긋하게 있다가 8시경에 집을 나서서 목포로 향했다.
이때까지만해도 나는 제주가는 카훼리처럼 미리 표를 예매하는 줄 알았지
선착순으로 줄서서 기다릴 줄은 몰랐다.
목포북항에 도착한 시각이 9시인데 북항가까이 가니 도로 한쪽에 차들이 줄을 서 있다.
알고보니 모두 우리와 동일한 목적달성을 위해 기다림의 미덕을 실천하고 있는 차들이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기다리지만 날씨는 덥고 시간은 흘러가도 차량행렬은 줄어들지 않고
시간은 어느덧 오전을 넘어선다.
잘못하다간 한밤중에나 숙소에 도착할지도 모를 상황이 되니 모임을 주선한 처남은
안절부절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내색을 안하는 식구들의 심사도 편해 보이지 않는다.
처남이 이리저리 알아보더니 앞선창으로 가는게 빠르겠단다.
우여골절끝에 앞선창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3시배로 들어 온 건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정보의 부족도 문제였지만 섬여행은 어느정도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북항 길거리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오른 뱃전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전경은 한 나절의 피곤함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할 것이다.
약 두시간반여를 달려 비금도 가산항에 도착하여 30여분 차를 달려 비금-도초간 연도교를 지나
도초 시목해수욕장 인근에 자리한 도드림팬션에 도착하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짐을 대충 풀어놓고 허기진 뱃속을 소주와 삼겹살로 달래고 보니 그때야 주변의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시목해수욕장이야 지난번에 한번 둘러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주변 산세가 우선 눈길을 끈다.
소주로 덥혀진 뱃속을 식히기 위해 해변에 나가 바닷물에 지친 몸을 달래고 숙소로 돌아와
다시 술로 삭신을 달래니, 이만하면 우리도 신선의 경지에 다다른 것 아니겠는가?
덕분에 술에 약한 누군가는 숙취로 천당과 지옥을 들락거리고,
나도 새벽 일찍 일어나 산행을 하겠노라는 맹세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느지막이 일어난 몸의 컨디션이 아주 상쾌한게 이 곳의 공기탓이지 싶다.
둘쨋날 오전 장인어르신 산소에 들려 성묘하고 주변 염전이 있는 바닷가에 들려 잠시 즐기다 숙소에 돌아와
혼자 점심을 얼른 챙겨먹고 큰산산행에 나섰다.
다른 식구들은 바다로 간다니 해변에서 만날 요량으로........
도초 큰산 산행은 그곳을 오른 내게는 큰 기쁨이었다.
결코 크지 않은 산이지만 큰산 자체의 매력이나 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시원스러운
경관은 산에 오르는 한 여름의 땀방울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니..................
가족들이 해변에 있다면 서두를 일이나 숙소에 있다기에 홀로 충분히 대여섯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하산하여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따라걷다가 뛰어든 바닷물은 차가웠다.
결국 옷만 버리고 숙소로 돌아와 큰 형님과 막걸리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오늘따라 유난히 분위기를 따지는 처남의 기분을 따라 비내리는 야외에서
그저 술 좋아하는 사람 댓명이 삼겹살을 알콜에 섞어 몸의 살집을 키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마신다면 바닷물이 소주라도 모두 마시고 말련만
어르신이 두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계셔서 냉장고에 있는 술도 마무리를 못했다.
술좋아하는 사람들은 놀러가면 술마시는 것보다 좋은게 무엇이 있겠는가?
결국은 술자리가 정담을 나누는 자리이고, 술자리가 길수록 정담도 길어지고 정도 깊어질 터인즉...
술을 마신들 이런 곳에 와서 몸이야 버리겠는가?
적게 마시지도 않았지만 적당히 마시니 다음날 아침 컨디션은 좋은데,
일찍 일어나 뵈야 비도 많이 왔고, 바지도 젖어 산에도 못가니
이를 핑게 삼아 숙면을 취하고 슬그머니 해변산책에 나섰는데
빨리 출발해서 비금을 두러보고 가자는 처남의 전화가 발을 잡는다.
결국 작은 시목해수욕장앞에서 발길을 돌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비금의 하트넘해수욕장과 명사십리해수욕장 등을 둘러보고
도초 화도선착장에서 간제미회에 막걸리 한잔씩 나누고
가까스로 두시반배에 몸을 싣고 목포의 품으로 돌아 왓다.
차들이 줄지어 있어 몇시간을 기다려야할지 모르니 길거리에라도 자리를 깔고 앉아 있어야지 어쩌겠는가?
그나마 세시 배를 탈 수 있다는 기쁨에 발걸음도 가벼워 보인다.
목포항여객터미날의 내부시설이 너무 과다할 정도로 잘되어 있다.
삼학도 앞쪽에 요트장이 들어 섰다니 목포항도 많이 변했다. 아니 오랫만에 변했다.
그래 너 잘났다.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
정상이 일등바위고 왼쪽봉우리가 이등바위다.
목포대교는 상판연결공사가 한창이다.
고하도 용머리
유달산은 점점 멀어져 가고...
영암 용당의 삼호조선소
이건 해남 화원의 대한조선소일 것이다
2층에서 맥주 한캔을 마시고 3층에 올라오니 3층에는 바람도 불고 제법 시원하다.
해안초소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
이 초소 뒷편에 있는 레이다기지에서 6개월정도를 근무했었다.
치사하게 저 혼자만 컵라면을 먹고 있어?
안좌-팔금간 연도교
안좌선착장
팔금선착장
여기가 가산인줄 알았더니 아니란다.
어찌됐건 비금도 가산에 도착하여 도초방향으로 고고씽.......
이틀간 묵을 숙소에 도착.
남자들은 배보다도 술이 고프다.
앞쪽에는 시목해수욕장과 뒷편의 큰산이 자리하고 있다.
아따! 겁나게 맛있구먼............
인자 배도 부릉께 해수욕장이나 가볼까나!
해변의 아자씨.
웬 도깨비???????????
입만 크다고 다가 아닌 것이여!
에징간히 먹고 자그라!
야! 이 시키야! 너는 잠도 없냐????
이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시목해수욕장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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