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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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햇살처럼 가족방/햇살이의 풍경첩

짧았던 만남/민병훈님의 산행후기

서까래 2013. 6. 8. 15:39

 

아마 태어나서 처음의 긴 산행이었던 듯.

 

 

산에서 여덟 시간 이상을 보냈으니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던 시간을 제하더라도

산행을 해보지 않은 나에겐 조금은 버겁더군요.

 

 

그래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까닭은

수려하고 장엄하며 시원한 무등의 풍광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애잔함 때문이지요.

 

무등은 많은 것을 품고 있더군요.

중부지방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수종과

그가 품은 푸름과 물과 바람과 기암과,

아득히 먼 산맥에서 달려오던 용이

잠시 기를 모아 뭉쳤다가 다시 꿈틀거리며 흘러

푸름에서 검푸름을 거쳐 가물가물 가물 빛으로 풀어져

아득한 산 빛이 그윽하게 그려내는 그리움과 동경까지.

 

(단소를 품었지만 장엄한 무등의 귀를 어지럽힐까봐 감히 꺼내지도 못했지요.)

 

 

주신 환대, 어찌 고맙던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두 사내가

어찌어찌 만나 가슴을 벗은 벗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

 

거친 삶을 바다에서 부침을 하다

바다를 친 그물의 맥, 영산강을 따라 올라가니

광주천 지나 발원지인 샘터가 있고 이들을 잡고 있는

손, 무등의 손등으로 드러난 심줄은 바위가 되고

푸르게 선 핏줄은 산줄기가 되어 생명으로 흘렀으니

감히 경건하지 않을 수 있었겠소?

 

무등(無等),

산의 봉우리는 저마다 품은 키 높이가 있어

서로의 키를 재어 등급을(等) 달리하지 않더라(無)는

무등의 그 아름다운 평등의 가슴이 나를 안았으니

때 묻은 예순의 사내가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소.

 

 

즐거웠소, 고마웠소.

무등을 닮은 단단하며 포근한 그대 손,

다시 잡을 날을 성급하게도 벌써 기다린다오.

 

 [명상음악]ㅡ마음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