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태어나서 처음의 긴 산행이었던 듯.
산에서 여덟 시간 이상을 보냈으니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던 시간을 제하더라도
산행을 해보지 않은 나에겐 조금은 버겁더군요.
그래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까닭은
수려하고 장엄하며 시원한 무등의 풍광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애잔함 때문이지요.
무등은 많은 것을 품고 있더군요.
중부지방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수종과
그가 품은 푸름과 물과 바람과 기암과,
아득히 먼 산맥에서 달려오던 용이
잠시 기를 모아 뭉쳤다가 다시 꿈틀거리며 흘러
푸름에서 검푸름을 거쳐 가물가물 가물 빛으로 풀어져
아득한 산 빛이 그윽하게 그려내는 그리움과 동경까지.
(단소를 품었지만 장엄한 무등의 귀를 어지럽힐까봐 감히 꺼내지도 못했지요.)
주신 환대, 어찌 고맙던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두 사내가
어찌어찌 만나 가슴을 벗은 벗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
거친 삶을 바다에서 부침을 하다
바다를 친 그물의 맥, 영산강을 따라 올라가니
광주천 지나 발원지인 샘터가 있고 이들을 잡고 있는
손, 무등의 손등으로 드러난 심줄은 바위가 되고
푸르게 선 핏줄은 산줄기가 되어 생명으로 흘렀으니
감히 경건하지 않을 수 있었겠소?
무등(無等),
산의 봉우리는 저마다 품은 키 높이가 있어
서로의 키를 재어 등급을(等) 달리하지 않더라(無)는
무등의 그 아름다운 평등의 가슴이 나를 안았으니
때 묻은 예순의 사내가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소.
즐거웠소, 고마웠소.
무등을 닮은 단단하며 포근한 그대 손,
다시 잡을 날을 성급하게도 벌써 기다린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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