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시인과 기생 자야(김영한 여사)의 짧고 가슴 저미는 사랑을 담은 시다.
눈도 펄펄 내리는데...
잠시 시의 탄생배경이 된 그들의 사랑 속으로 들어가 쉬었다 가자.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ᆢ
~시인 백석과 기생 자야의 러브스토리~
시인 백석. 그는 천재적인 재능과 훤칠한 외모로 당시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가 길을 지나가면 여자들이 자지러졌을 정도.
그의 여인들 중에서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기생 김영한과의 러브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만큼이나 가슴 애린다.
백석이 함흥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1936년, 회식 자리에 나갔다가 기생 김영한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 잘생긴 로맨티스트 시인은 그녀를 옆자리에 앉히고는 손을 잡고,
"오늘부터 당신은 내 영원한 마누라야. 죽기 전 우리 사이 이별은 없어요." 라는 일반인이 했음 뺨을 후려맞을 멘트로 김영한의 마음을 산다.
당시 백석은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주는 취미가 있었는데 김영한에게는 '자야(子夜)' 라는 애칭을 지어줬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3년간 행복한 동거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장애물 없는 러브스토리가 어디 있으랴.
이들 사이에도 장애물이 등장한다. 그것도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집안의 반대였다.
백석의 부모는 기생과 동거하는 아들을 탐탁치 않게 여겼고, 강제로 다른 여자와 결혼을 시켜 둘의 사랑을 갈라 놓으려 한다.
그러나 여기서 굴복할 백석이 아니었다.
백석은 결혼 첫날밤도 치루지 않고 그의 여인 자야에게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자야에게 만주로 도망을 가자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자야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이 혹시 백석의 장래에 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염려로 이를 거절한다.
백석은 언젠간 자야가 자신을 찾아 만주로 올 것을 확신하며 먼저 만주로 떠난다.
만주에서 혼자된 백석은 자야를 그리워하며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짓는다.
.
.
.
그러나 잠시 동안이라고 믿었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되고야 만다.
해방이 되자 백석은 오지 않는 자야를 찾아 만주에서 함흥으로 내려갔지만 자야는 당시 서울에 있는 상황이었다.
그 후 3.8선이 그어지고 6.25가 터지면서 둘은 각각 남과 북으로 갈라져 다시는 마주하지 못하게 된다.
이 후 백석은 북에서 1996년 사망하게 된다.
(북에서는 예술활동을 금지시켰고 따라서 백석이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는 묘연하다)
혼자 남겨진 자야는 아픔을 잊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기 시작했고 대한민국의 3대 요정 중 하나인 대원각을 세워 엄청난 재력가로 성장한다.
훗날 자야는 당시 시가 1000억원 상당의 대원각을 조건없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했다.
그 대원각이 바로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사찰 '길상사'가 된다.
평생 백석을 그리워했던 자야는 늘 담배를 곁에 두고 살았다고 한다.
결국 폐암으로 1999년 세상을 떠난다.
그녀가 떠나기 전 1000억원의 재산을 기부했는데 아깝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야는 이렇게 대답했다.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또 자야는 생전에 일년에 단 하루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은 7월 1일, 백석의 생일이었다.
자야의 유언은 "내가 죽으면 화장해 길상사에 눈 많이 내리는 날 뿌려달라."였다.
그리고 자야의 유골은 백석의 시에서처럼 '눈이 푹푹 나리던' 어느 날 길상사 앞마당에 뿌려졌다.
☆자야의 회고록 ☆
'백석, 내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 중에서..
나는 지금도 젊은 그 시절의 백석을 자주 꿈에서 본다. 그는 나의 방문을 열고 나가면서 아주 천연덕스럽게 "마누라! 나~ 나 잠깐 나갔다 오리다"하고 말한다.
한참 뒤에 그는 다시 들어오면서 "여보! 나 다녀왔소!"라고 말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세월을 반백년이나 흘러 보냈는데도…
내 나이 어언 일흔셋, 홍안은 사라지고 머리는 파뿌리가 되었지만, 지난날 백석과 함께 살던 그 시절의 추억은 아직도 내 생애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들의 마음은 추호도 이해로 얽혀 있지 않았고 오직 순수 그것이었다.
- 모셔와 짜깁기한 글 -
겨울이니 눈이 오는 게 당연하지만 강추위가 길어진다니 염려가 됩니다.
세상이 더러워 산골로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고 살거면 운전조심, 건강조심하며 사시자구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송창식의 “푸르른 날”
송창식의 “밤눈”
https://youtu.be/VjyrBEOF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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