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 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1934년 〈문학〉 4월호에 발표되었고, 1935년 시문학사에서 펴낸 〈영랑시집〉에
제목 없이 45번이란 숫자로 실려 있다.
모란으로 상징되는 봄에 대한 기다림과 봄을 잃어버릴 허탈감을 노래한 시로, 전통적
리듬과 사투리가 잘 어울려 세련된 언어감각을 보여준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 아직도 한 달여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봄은 너무나 가까이 와버렸다.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밤보다 낮이 약간 길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달력을 한번 쳐다봤더니, 글쎄 어제가 춘분(春分)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어제도 오늘도 완연한 봄 날씨다.
발밑을 바라보면 봄까치꽃과 광대나물꽃이 방긋 웃고 있고,
매화도 목련꽃도 이미 만개하였다.
때 이르게 피어난 남도 도심의 매화와 산수유는 더러는 낙화하고 더러는 퇴색하여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 맞으며 홀로 번뇌에 쌓여있는 이 있으니 그는 벚꽃나무다.
점심산책길에 만난 운천지의 벚꽃나무는 꽃망울이 이미 붉게 물들어 터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조용한 속삭임이 귓전을 맴돈다.
“아직은 너무 빠른 것 같은 디 어째야 쓰끄나?”
“내일 터뜨려야할지, 모레 터뜨려야할지 차말로 모르것다.”
“한없이 참고 있자니 꼭지가 터질 것 같고... 오매 미치것능거...””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건 이삼일을 넘기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마도 남도의 도심은 금주 중에 하얀 벚꽃으로 물들게 될 것임을 느낄 수 있다.
봄봄봄, 봄이다.
그래 봄이 무르익어 모란이 곱게 피는 계절이 되면 영랑시인의 생가를 찾아 찬란한 슬픔을 안고 있는 봄을 만나보아야겠다.
어쨌건 봄은 이렇게 또 우리를 찾아왔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 아닌,
찬란한 기쁨의 봄이.......
봄빛이 무르익어가는 월요일입니다.
아름다운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산뜻한 한주 되시길 빕니다^^
삼월에 들어보는 “사월의 노래”-백남옥
https://youtu.be/6GPA-2jRQi8
양희은의 “하얀 목련”
https://youtu.be/x0Nu4HjT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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