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랑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갔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 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
아직 봄은 저만치 있다지만
입춘이 지나서 인지는 몰라도
자꾸 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인지
가슴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
짜식!
이왕 오려면 그냥 “나 왔지롱^^”하고
짠~ 하고 나타나면 될 일이지
무슨 뭐, 어른데리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봄이 기다려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생각이 난다는 얘기일 뿐,
봄이 오면 또 무얼하랴?
짧은 봄은 금방 지나가고
여름 오고,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올텐데...
결국은 세월만 가는 것 아닌감?
그래서 나는 노래한다.
“봄아! 봄아!
오지마라!“
“오려거든 가지 말고,
갈 바에는 오지마라.“
아무리 애원해도
때가 되면 봄은 오고
파릇파릇 싹이 나고
산과 들에 화사한 꽃이 피어날 것이다.
봄 타령 그만 해야겠다.
엊그제 입춘 다음날
잠시 봄에 대해 언급했더니
한 친구가
“나는 봄이 기다려지지 않는디..”
라고 글을 올렸던데
미처 이유를 묻지 못했었다.
근데 뜬금없이 그게 궁금해지네^^
도대체 뭣 땜시 그랬을꼬?
궁금해 하지 마시고 그저 즐거운 하루보내시길....
십센치의 “봄이 좋냐?”
“그래 봄이 좋다. 어쩔래?”
박인희의 “봄이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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