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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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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옥수수가 익는 저녁/임동윤/170811

서까래 2017. 8. 11. 12:09

찰옥수수가 익는 저녁

/ 임동윤

 

감자꽃이 시들면서

정수리마다 자글자글 땡볕이 쏟아졌다

장독대가 봉숭아꽃으로 알록달록 손톱물이 들고

마른 꼬투리가 제 몸을 열어

탁 타닥 뒷마당을 흔들 때, 옥수수는

길게 늘어뜨린 턱수염을 하얗게 말리면서

잠자리들은 여름의 끝에서 목말을 탔다

 

싸리나무 울타리가 조금씩 여위면서

해바라기들이 서쪽으로 깊어지고 있었다

철 이른 고구마가 그늘 쪽으로 키를 늘이면서

작고 여린 몸도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졌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옥수수 줄기처럼 빠르게 말라가던 어머니는

밤마다 옥수수 키 만큼의 높이에

가장 외로운 별들을 하나씩 매달기 시작했다

 

그런 날 나는 하모니카가 불고 싶어졌다

문득, 아버지가 켜든 불빛이 그리워졌다

그 여름이 저물도록 어머니는

가마솥 가득 모락모락 쪄내고 있었다

단맛의, 차진 알갱이들이 노랗게 익을 때까지

......................

 

이제 여름이 가는 걸까요.

오늘이 말복이라죠.

오늘도 폭염경보가 내리는 걸 보니 무더위가 마지막 발악을 하나 봅니다.

아직 덥다고는 하지만 며칠 새에 조석으로는 기온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서서히 누그러지겠지요.

 

허나 무더위가 지나가기를 바래왔건만

여름이 허망하게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아쉬움만 가득입니다.

저만치서 산책하듯 느긋하게 걸어오는 가을도

또한 왔다가 다시 갈 겁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는게지요.

 

한여름의 뙤약볕을 맞으며 따온

찰옥수수를 한 솥 가득 삶아서

마루에 옹기종기 앉아 하모니카 불 듯 뜯어먹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옥수수 종자가 좋아서인지

어머니가 맛있게 삶으셔서 인지는 몰라도

어머니가 쪄주시는 옥수수는 유난히도 찰지고 맛있었는데

이제는 옛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박인환 시인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다고 했지만

옛날은 가고 추억만이 남았다.

 

말복이라지만 굳이 복달임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더위가 물러가는 마당에 복달임은 무슨...

하지만 복달임이 아니라도 좋은 음식 맛있게 드시고

건강한 몸으로 가을을 맞이할 채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지요.

 

저 멀리서 다가오는 가을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가고 있당께^^”

 

즐거운 말복 보내시고,

마지막 무더위와 함께 행복한 주말되시길 빕니다.

 

즉석에서 노래가 된 박인환시인의 시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https://youtu.be/25oXoRon05o

 

가을의 속삭임 연주곡

https://youtu.be/V_4j9VnqFr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