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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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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대해/170818

서까래 2017. 8. 18. 12:01

중년에 대해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을 뜬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어쩌면 이 한마디 문장만으로도 노년은

위로받고 헤아림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중년은 어떤 말로 그 시기를

위로하고 공감 받을 수 있을까?

 

중년이 되면 몸과 마음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게' 된다.

우리가 중년을 아주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갱년기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가급적

빨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이 시기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애쓰지 말고,

감추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몸과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 그렇게 중년이 된다 중에서

 

옛날 양반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나이가 들면서 자꾸 품게 되는 의구심이다.

 

환갑이 되어가는 나도 덜 떨어져서인지

아직 철이 하나도 안 든 것 같은데

몇 살 먹지도 않은 사람들이 점잔 빼며 사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천하의 개구쟁이로 소문난 오성과 한음은 성인이 되어서는

어릴적의 치기가 모두 없어졌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게 그리 쉽게 없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수양에 의해 절제력도 당연히 많이 생겼겠지만

한편으로는 체통을 지키느라 억지로 눌러 참으며 지낸 점도 많으리라!

 

소위 말하는 나이 값을 해야 한다고,

나이가 들면 체통도 지켜야겠지만,

때로는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들은 그냥 감성에 따라 사는 것도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방법은 천차만별이고

삶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어쩌면 선택사양인지도 모른다.

 

또 불타는 금요일인가 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맛보기 삼아 시간 날 때 오성과 한음이야기나 하나 보시지요^^

 

들국화의 사노라면

https://youtu.be/-uOF4F9ymng

 

조용필의 한 오백년

https://youtu.be/xR5nj75xvhs

 

 

오성과 한음 이야기

 

어느 날, 웬 농부 하나가 오성과 한음을 찾아왔다.

도련님들, 소문에 두 분이 신동이시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부디 제 억울한 사정 좀 해결해주십시오.”

농부는 코가 땅에 닿을 듯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관청의 사또께 찾아가야지 왜 우리를 찾아왔지?”

한음이 말했다.

 

사또께 찾아가야 해결되지 않을 일이기에 도련님들을 찾아왔습지요.”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인지 들어보기나 하지.”

오성은 농부에게 사연을 말해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농부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며칠 전, 농부의 아내가 들판을 가다가 소변이 너무 급한 나머지 길옆에서

용무를 보았다.

 

그런데 용변을 본 곳이 하필 그 마을의 세도가인 황 대감네 밭 옆이었고,

마침 황 대감이 그 길로 지나가는 중이었다.

이런 무식한 것이 있나? ·남의 밭에다 함부로 소변을 보다니,

 

이런 고약한 계집 같으니!”

황 대감은 예전에 정승을 지낸 세도가로서 자기 집 밭에다 오줌을 눈 것은

자신을 모욕 하는 것이라며 길길이 날뛰었다.

 

자기 집 안방에다 오줌을 눈 것도 아니고 길바닥에다, 더구나 거름이 필요한 밭에다가

잠깐 실례를 한 것뿐인데도 늙은 대감은 이만저만 성을 내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마음보가 뒤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늙은 구렁이 같은 대감이 이 일을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

황 대감은 농부의 집에 일 잘하는 황소가 한 마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이야기는 뻔한 것이었다.

 

당장 관가로 가서 곤장을 맞든지, 네 집의 황소를 끌고 오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해라!”

늙은이 망령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쓰라는 것이 분명했다.

오줌 한번 잘못 누었다고 황소 한 마리를 바치라니 이게 어디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하지만,

힘없는 농부의 아내는 우선 살고 보자는 생각에 황소를 바치겠다고 약속을 했다.

관가에 가보아야 사또도 쩔쩔매는 황 대감을 이길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농부는 그래도 설마 설마 하며 조마조마한 날들을 보냈는데 바로 오늘 아침에 황 대감 집

하인들이 몰려와 황소를 끌어갔다는 것이었다.

저런 못된 사람들이 있나?”

그러게,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있지?”

이야기를 다 들은 오성과 한음은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니 도련님들께서 머리를 쓰셔서 제 황소 좀 찾아주십시오,

 

저는 그놈 없으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농부는 눈물을 질금거리며 매달리듯 애원했다.

알겠네, 무슨 일이 있어도 황소를 찾아줄 테니 돌아가 있게.”

정말 고맙습니다.”

 

농부가 돌아가고 난 뒤 오성과 한음은 머리를 맞대고 황소 찾을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좋아, 이렇게 한번 해보자.”

오성이 방법 한 가지를 찾아내고는 한음에게 일러주었다.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일단 한번 해보자.”

한음도 좋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튿날 아침, 오성과 한음은 황 대감이 가마를 타고 행차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그 길목인 황 대감 집 밭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황 대감의 가마가 저만치에서 보이자 둘은 서로 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아니, 웬 꼬마 녀석들이 대감님 행차를 막고 싸우고 있느냐? 어서 길을 비켜라.”

 

그래도 둘은 못 들은척하며 싸움을 계속했다.

그러니 황 대감의 행차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희가 바로 한양에서 왔다던 그 꼬마들이냐?

 

그런데 왜 길을 막고 싸우고 있느냐?”

 

황 대감이 가마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 저희가 한양에서 온 것은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제가 길을 가다가 하도 급해서 이 밭에다가 오줌을 누려고 하니까 이 친구가 말하기를,

여기다 오줌을 누다가는 황소 한 마리를 빼앗기게 된다며 말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게 무슨 터무니없는 말이냐고 오줌을 누려고 하니까 그래도 말리는 것입니다.

결국, 이 친구가 떼를 쓰는 바람에 제 바지에 오줌을 싸 버렸지 뭡니까?

그래서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성이 또박또박 얘기하자 황 대감은 뜨끔했다.

저는 정말 이 고을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 친구를 말린 겁니다.

자기 밭에다 오줌을 누었다고 그 사람의 전 재산인 황소를 끌고 갔다고 하던데

혹시 대감 어르신께서는 그 이야기 모르시나요?”

이번에는 한음이 맞장구를 치자 황 대감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딴전을 피웠다.

 

저것 보십시오, 저 친구가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에 암행어사가 되신 제 숙부께 말씀드려서 혼을 내주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어르신?”

암행어사라는 말을 듣자 황 대감은 표정이 굳어졌다.

 

얘들아 가마를 돌려라. 갑자기 속이 좋지 않구나.”

황 대감은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 농부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농부에게 황소를 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내가 자네 부인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려고 잠시 황소를 맡아두었던 것이니

오해는 말게, 자네도 생각해 보게, 아직 젊은 여자가 길바닥에서 치마를 벌렁 까 내리고

일을 보다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쩌겠나? 그래 내 생각한 바가 있어서 한 일이니 그리 알게.”

황 대감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농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한편, 오성과 한음은 황 대감에게 암행어사가 안 통하면 병조판서, 그것도 안 통하면 영의정,

그것도 안 통하면 나라님까지 팔아먹을 셈이었는데, 일이 쉽게 되려는지 첫 단계에서 일이

끝나고 말아 조금 싱거운 기분이 들었다.

 

[출처] 오성과 한음 이야기|작성자 야마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