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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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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고 싶다/170823

서까래 2017. 8. 23. 12:23

여행을 가고 싶다

 

이름도 모르는 한적한 마을에 가고 싶다

세상 묻은 때 다 씻어버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첫 모습으로 살고 싶다

 

비가 오면 둑길도 거닐어 보고

바람이 불면 언덕위로 올라가

구수한 사투리와 검게 탄 얼굴을 보며

꿋꿋하게 버티며 사는 삶의 도량도 배우며

힘들게 살아온 지난날을 파헤쳐

정겨운 입담 속에 다 흘려버리고 싶다

 

하늘을 바라보며 무작정 기다리지 않는

삶의 모질고 끈질긴 인내심도 배우며

내가 누군지 밝히지 않아도 알려고 하지 않는

넉넉한 인심과 때묻지 않은 사람들 틈에서 지내다가

다시 사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중에서

 

아침에 아파트를 나서며 바라본 하늘은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황홀했다.

아무리 오늘이 처서(處暑)라지만

하늘이 이렇게 맑아도 되는 것인가?

 

며칠 동안 내린 소나기가 하늘을 깨끗이 청소했나보다.

출근하는 내내 바라본 하늘은 짙은 코발트빛으로 물들었고

지평선 위에는 흰구름이 환상(環狀)으로 낮게 깔려있고

지평선과 접해있는 하늘은 코발트빛이 구름의 습기를 만나 희석된 듯

밝은 에머랄드빛을 발하고 있었다.

 

코발트빛과 에머랄드빛 그리고 낮게 깔린 흰구름,

그냥 아름다웠다.

! 뷰티풀!!!

 

그러나 안과에 들렸다 나오는 길에 바라본 하늘엔

언제 몰려왔는지 흰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러나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의 민낯은 코발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마 오늘도 소나기가 내리려는 조짐이리라.

선선한 가을기운이 몰려와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에도 아직 폭염은 이어진다.

 

며칠 전부터 오른쪽 눈이 조금 불편해서 아침 일찍 안과를 갔더니

피로로 인해 염증이 조금 생긴 것 같다며

며칠간 약을 먹으란다.

하루 열 몇 시간씩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활하니

어찌 눈이 피곤하지 않겠는가?

 

가급적 치료받을 동안만이라도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데,

살면서 사나흘씩 계속해서 술을 안 마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막상 안 마시려고 생각하면 술이 전혀 절실하지도 않다.

사나흘 술 안 마시는 게 무슨 대수겠는가?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고

가슴이 떨릴 때 가야한다는 말이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는 말이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는 것이 좋지만,

다리가 떨릴 때도 가야한다.

?, 여행은 좋은 거니까.

하지만 감흥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어제 가까이 지내는 형님께서 하시는 말씀

무릎과 눈은 특히 관리를 잘해야 하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보지 못하고 걷지 못한다면 여행이고 지랄이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것이다.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만,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게 문제일 것이다.

 

가을에는 잠시 여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니, 오늘 아침같이 푸르른 날엔

배낭하나 매고 가까운 산야를 종일 헤매고 다녀도 행복할 것이다.

 

하늘의 낯빛이 아름다운 날,

가슴속에 가을의 풍성함과 신선함이 묻어나시길...

 

이동원의 가을편지

https://youtu.be/nm5GitqajxI

 

최헌의 가을비 우산속

https://youtu.be/DIpcLUVZI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