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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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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가을의 시 /170912

서까래 2017. 9. 12. 12:25


파란 가을의 시

/곽재구

 

먼 길을 걷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며 걷고,

파란 강물을 따라 걷고,

언덕 위의 파란 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가을에는

마주치는 이의 얼굴도 파랗습니다.

염소를 몰고 가는 할머니의 주름살도 파랗고

계란이 왔어요. 번개탄이 왔어요.

장돌림 봉고차의 스피커 목소리도 파랗습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잠시 눈인사를 나눈

우편배달부의 가방 안 엔

파란 편지와 파란 파도소리가 가득 담겨있지요.

 

가을에는 먼 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걷다가 파란 하늘을 만나면

파란 나무를 사랑하고

파란 뭉게구름을 만나면

파란 뭉게구름을 사랑하고

파란 거미줄과 파란 달빛을 만나도

금 새 사랑에 빠지지요

 

, 저기

파란 징검다리 위로

파란 얼굴의 가을의 신이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에게 파란 가을의 시를 들려주기 위해

나 또한 징검다리 위로

파란 바람처럼 건너갑니다.

..............

 

가을은 맑고도 파란계절입니다.

에머랄드 빛과 코발트색이 짙어졌다 옅어졌다를 반복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하고,

물감놀이가 지겨워질 때쯤이면

하얗고 까만 친구들을 불러와 함께 노닐곤 합니다.

 

그래서 가을하늘은 언제보아도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 게 하늘로 눈길이 자주 가는 이유이기도 하고

풍경사진을 찍어도 자꾸만 하늘의 비중이 많아만 집니다.

하늘을 쳐다보노라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구요^^

 

어제 밤엔 아내가 잠든 사이

잠시 외도를 했지요.

자정이 가까운 시각,

영산강변을 거닐며 함께하는 풀벌레들과의 데이트는

각별한 느낌을 줍니다.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시원한 가을밤을 노래하는 것이건,

종족번식을 위한 구애의 몸부림이건

그건 제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소음에 가까울 정도로 시끄러우면서도

귀청을 찢을 듯이 울어 제치는 대낮의 매미소리와는 달리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신비스러운 자연의 오케스트라,

어쩌면 홀로 어두운 강변을 거니는 외로운 나그네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 같은 소리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산책인지, 달밤의 체조인지 모를 길지 않은 외도를

마치고 달콤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지요.

비록 꿈을 꾸지는 못했지만...

 

그냥 가을이 좋다며

기분 좋게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번 살아보시지 않으시려오?

오늘도 멋진 하루되시길...

 

박강수의 가을은 참 예쁘다

https://youtu.be/GpED7RWcCpM

 

방미의 올가을엔 사랑할 거야

https://youtu.be/1qOHUoGVS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