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써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死者(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
가을은 수확의 계절,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들이는 자에겐 풍요의 계절이지만
거두어들이는 것 없이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빈곤한 자에겐
가을은 한없이 초라하고 황량한 계절이다.
들판에는 곡식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요즘이야 벼가 익으면 곧바로 콤바인이 투입되어
논에서 바로 수확을 하지만
예전의 벼 수확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다.
우선 벼를 베어서 논바닥에 깔아 따사로운 가을볕에 고슬고슬하게 말려둔다.
그리고는 겉이 마르면 두어번 뒤집기를 한다.
그러나 심술궂은 가을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일거리가 훨씬 늘어난다.
그렇게 말린 벼를 짚으로 묶어 지게로 져나르기도 하고
리어카나 경운기로 실어서 집으로 실어 날라
집 마당에 둥그렇게 볏단을 쌓아 올렸다.
그렇게 지붕보다 높게 쌓아둔 볏단을
가을걷이가 끝나고 한가한 시기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탈곡작업을 했다.
초기에는 수동 탈곡기를 두 사람이 발로 밟아가며 했는데
그 후로는 전기 모터를 달아서 조금 편하게 했었다.
그렇게 탈곡한 벼는 또 마당 가운데에 두대통이라는 걸 만들어 벼를 보관했다.
바닥에 짚을 두껍게 깔고 그 위에 비닐을 깔고
둥그런 형태로 짚으로 엮은 마람을 둘러쳐 막혀있는 원두막처람 지붕까지 씌우고
땅에 닿는 맨 바깥쪽에는 함석판을 둘러치기도 하고
가시가 있는 노간주나무를 베어다가 둘레에 쌓아놓기도 했다.
이는 쥐들의 횡포로부터 곡식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요즘은 시골에 가도 쥐들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지만
예전에는 무슨 쥐들이 그리도 많았는지 모른다.
요즘 쥐새끼 한 마리 때문에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일반적인 쥐들이 곡식을 훔쳐 먹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한 자구책이다.
그러나 사람의 탈을 쓴 극악무도한 쥐새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죄를 묻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나도 그 놈의 쥐새끼 때문에 스트레스를 어찌 많이 받았는지
아마 수명이 몇십년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흔히들 백세인생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언감생심 백세까지는 꿈도 꾸지 않는다.
국정을 농단하고 금수강상을 황폐화시킨
짐승만도 못한 같은 자가 웃으면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다.
이제는 쥐의 횡포를 규명하고 처단해야 할 때이다.
쥐박이가 밝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쬐지 못할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가을은 무르익어 가는데 가슴속이 추수를 마친 들판처럼
허하고 황량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러나 쥐가 돌아다니지 않는 가을이 오면
내 기꺼이 가을노래를 부르리라!
그 동안 한없이 맑던 가을하늘이 희뿌옇게 변했네요.
날씨 탓인지 마음까지 울적한 하루지만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법,
또 맑은 날이 오겠지요.
오늘도 파이팅 하시게요^^
안나게르만의 “가을의 노래”
이브몽땅의 “고엽”
'카톡카톡 > 2017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오늘도 소중한 하루/170926 (0) | 2017.09.26 |
---|---|
비워가며 닦는 마음/170920 (0) | 2017.09.20 |
지나간 것은 모두 추억이 된다. /170917 (0) | 2017.09.17 |
행복과 유리잔/170913 (0) | 2017.09.13 |
파란 가을의 시 /170912 (0) | 2017.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