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카톡카톡/2018 보낸카톡

술/180531

서까래 2018. 5. 31. 11:37

 

나를 웃게 하는

유쾌한 친구

용기를 솟게 하는

호방한 친구

 

혼자서도 춤추게 하는

흥 많은 친구이자

꺼리던 사람까지 폼게 하는

정 많은 친구

 

하지만

공포를 제거하는

무모한 친구

기억을 앗아가는

도적 같은 친구

 

다음 날 뒷통수치는

뒤끝 있는 친구이자

내일의 행복을 가불해 쓰게 하는

대책 없는 친구.

 

혼자일 것 행복할 것중에서

 

죽는 날까지 술과 친구일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두렵다.

제명을 다하고 죽는 날까지 술과 벗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는 행운아일 것이다.

대부분은 타의에 의해 술과 결별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진다.

 

예전에 어떤 칼럼에서 수주 변영로 선생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술을 워낙 좋아해서 술은 수주를 넘을 자가 없다고 했단다.

 

먼저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시인 수주 변영로가 자신의 단골 주점인 은성주인 이명숙의 아들 최불암이 서라벌예술대학에 합격하자 막걸리 잔을 내빌고 술을 한잔 주었다.

하지만 최불암이 막걸리 잔에 뜬 술지게미는 손으로 걷어서 내버리자,

변영로는 이놈이 음식을 함부로 버린다고 화를 내며 즉석에서 귀뺨을 후려쳤다 한다.

 

그런 수주가 후두암이 위중해서 일본으로 치료차 갔는데

문병을 온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좋아하는 술을 차마 마시지는 못하고

술을 입에 넣고 음미한 후 뱉어 내곤 하더란다.

그리고는 며칠 후 수주의 별세소식을 들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제도 술벗을 만나 둘이서 맥주 한 병을 곁들어 소주 예닐곱병을 마셨다.

술과 벗한지도 사십여년이 훨씬 넘었고

연중 만나지 않는 날이 손꼽을 정도이니

보통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그만큼 정도 많이 들었다.

꼭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겠는가?

 

그놈의 정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노래했다.

사랑보다 더 슬픈게 정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정도 끊어야 한다.

정나미가 뚝 떨어지면 좋겠지만

이 맛있는 술이 하루아침에 정나미 떨어질 일이야 있겠는가?

스스로 자중해야 할 일이다.

 

벗으로 따지면 술만한 벗이 없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이중성이 있음을 안다.

그래서 담배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결별하거나

약간 소원하게 지내야 하리라.

 

좋을 땐 더할 나위없는 벗이지만

결코 진정한 벗이 될 수 없는 존재임을...

술도 술이지만 담배와는 얼마나 가까웠던가?

그러한 담배와 결별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담배 없이는 못살 것 같았던 무지몽매한 세월들...

담배연기와 함께 나의 청춘도 그렇게 흘러갔다.

다행스러운 건 나의 경우는 한번 정을 떼고 나니

이 자식이 전혀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금연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한 일중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요.

나의 가장 위대한 치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사실 술과는 결별하고 싶지 않다.

그의 악마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험한 세상 너마저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가리...

하지만 마지막까지 우정을 지키며 함께하기 위해서는

자제가 필요하리라.

 

아마도 점심에는 홍어애국에 또 한잔의 반주를 곁들일 것이다.

하지만 절제해야하느니...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음주는 당신을 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아내는 내게 말했다.

술이 그렇게 좋은가?”

내가 답했다. 마음속으로...

그래, 니 다음으로 좋다!”

 

가능하면 적당히 마시고 건강하게 살아야지요.

 

계절의 여왕 오월이 종말을 고하려 합니다.

내년이면 다시 찾아오겠지만

일년이란 세월은 보상받지 못하겠지요.

 

그렇게 또 세월은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갑니다.

취중망언이라 욕하지 마시고

아쉽게 지나가는 오월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유월 맞으시게요^^

'카톡카톡 > 2018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산책 /180604  (0) 2018.06.04
나 하나 꽃피어/180601  (0) 2018.06.01
예기 경서에 글이 있다/180529  (0) 2018.05.29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지라도/180528  (0) 2018.05.28
신선대에 올라/180526  (0) 2018.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