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카톡카톡/2018 보낸카톡

치열하지 않은 고요는 없다 /180724

서까래 2018. 7. 24. 13:36


적멸(寂滅)이란 개념은 불교에서는 아주 소중한 개념으로 쓰인다.

그래서 적멸을 낙으로 삼는다(寂滅爲樂)’고 말하기도 한다.

적멸은 번뇌가 소멸된 고요한 상태,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삶의 이상적 모습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통상적 이해방식에서는 적멸은 그냥 조용한 것으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가령 천지가 조용한 적막강산에 들어 앉아 있어도 내 속이 시끄러우면 결코 고요할 수 없다. 또 바깥세상이 어떻든 내 마음만 고요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고요해질 수 없다.

 

내가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또 하지 않아야 할 짓을 해 놓고 그렇듯 내 인연들이 오염되어 있는데 내 마음이 고요할 수는 없다.

번뇌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까 고요하다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조용한 곳에 들어 앉아 있다고 해서 내 삶이 고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멸이 구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령 자전거를 탄다고 하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가만히 멈추어 서려면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다가 쓰러질 것이다.

가만히 있고자 해서는 결코 고요할 수 없다.

그리고 바퀴가 천천히 굴러가면 바퀴살이 다 보인다.

이도 고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아주 빨리 달리면 바퀴살이 보이지 않고 그냥 바퀴만 보인다.

마치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을 두고서 고요하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니까 고요하다는 것, 그냥 조용하다는 개념이 아니다.

치열하게 전진하는 삶, 그 속에서 번뇌와 망상이 자리할 여지가 없을 때 고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말 고요한 것은 치열함에서만 나온다는 그런 이야기다.

머무는 바 없이 머물러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삶의 품격은 얼마만큼 고민하느냐, 얼마만큼 치열하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치열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삶은 구차하고 비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삶은 치열할 것을 요한다.

치열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그 일관성을 지켜가는 것,

그것을 치열하다고 한다.

그리고 번뇌, 망상이 자리할 여지가 없고 잡스러움이 없을 정도로 치열한 삶,

그것을 고요하다고 한다.

 

공자는 사십에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이도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초지일관할 수 있었다는 것,

그렇게 지행합일에 있어서 치열했기에 달리 어떤 의혹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공자는 사십에 불혹이라고 했는데, 우리 세간사 인생은 의혹만 늘어간다.

 

하늘은 의미 없는 생명을 낳지 않고 땅은 의미 없는 목숨을 기르지 않는다고 한다.

풀 한 포기도 의미 없는 목숨이 없는데, 우리네 인생이 아무 의미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떠돌다가 마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또한 생각만 하고 행동을 안 해도 거의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다.

 

적멸이란 개념도 불혹이란 개념도 밀어두기로 하자.

그러나 이것만은 다시 확인하자.

치열하지 않은 인생, 서툰 인생, 대충 사는 인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치열하다는 것은 자신이 마주하는 문제를 비켜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이고 그 문제의 한가운데에 자신을 던지는 것이며 그리하여 끝내 그 문제를 소화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배영순의 방하한 생각중에서

 

맑고 푸르른 하늘,

연일 이어지는 맑은 날씨

맑은 날씨는 좋은 날

흐리고 비오는 날씨는 궂은 날이라는

통념을 무색하게 하는 요즘 날씨다.

 

어제가 대서였다고 하는데

절기와 삼복을 가리지 않고

맹위를 떨치는 폭염의 배후에는 정체된 대기가 자리하고 있단다.

 

그래서 타오름에 목마른 한반도는 태풍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한반도를 방문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다.

 

자연여건이 그러하다면

연약한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건

치열하게 더위와 싸워 이겨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더위가 수그러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테니까.

 

그러나 그냥 이대로 버티기엔 날씨가 너무 무덥지 않은가?

정말이지 태풍이 한번 몰아닥쳐서 뜨거운 공기를 번 싹 밀어냈으면 좋겠다.

우리네 인간들의 치열한 삶만큼이나

자연도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에게 있어 이미 맑은 날씨는 고요가 아니다.

태풍이라는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만이

진정한 고요, 평년기온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훈련병 시절

취침점호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평화는 없다.

취침점호전의 위장평화와 고요는 폭풍전야의 정적일 뿐이었다.

그렇게 난리 부루스 같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라야

비로소 훈련소 내부반에 진정한 평화와 고요가 내려앉았었다.

 

태풍 없는 적멸이 있을 수 있겠는가?“

 

10여년 전에 금연을 하며 접했던 글이고

작년에도 카톡으로 보냈던 글인데,

 

거의 사상 유례 없는 무더위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인데,

더위를 해소해 줄 태풍은 감감 무소식이라는 뉴스를 접하며

문득 치열하지 않은 고요는 없다는 이 글이 퍼득 떠올라 다시 올려본다.

 

정말이지 우선은 소나기라도 한번 시원스럽게 쏟아지고

조만간 태풍이라도 한번 지나가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바램이고,

오늘도 쏟아지는 햇살아래

치열하게 살아보시자구요^^

조만간 찾아올지도 모르는 고요를 기대하며....

 

오누이의 님의 기도

https://youtu.be/QEhSgTVZrcc

 

박미경의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https://youtu.be/upcA1vGLV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