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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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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숨다 /류시화 /181128

서까래 2018. 11. 28. 14:48

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는 없는 것

 

시간이 지나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미세먼지가 며칠째 기승을 부립니다.

안개와 미세먼지는 분명 다릅니다.

때로는 안개나 미세먼지나 모두 위험한 존재입니다.

안개에서는 운치가 느껴지지만

미세먼지는 그저 역겨운 해악일 뿐입니다.

아무리 짙은 안개도 아침햇살이 비추면 신기루처럼 스러져 가지만

미세먼지란 놈은 바람이 불지 않는 한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 본질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음에도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는 눈으로 구분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때로 미세먼지 예보에 신경써야하는 이유일 겁니다.

 

예전엔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걷노라면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지요.

어제 밤엔 산책을 나갔다가 심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나름 육체적인 건강이건

정신적인 위안을 찾기 위함이건

즐거움을 찾아 밤길을 나섰건만

기분이 썩 상쾌하지 않았습니다.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때문이었지요.

물론 미세먼지가 크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차라리 집에서 편히 쉴 걸 괜히

밖에 나와 명을 단축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당연히 산책을 삼가야겠지만

찜찜함을 덜기 위해서라도

미세먼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날에

바깥나들이를 나설 때는 마스크를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참 좋은 날씬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답답한 마음입니다.

 

주말도 서서히 다가오고

11월은 서서히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에 바통을 넘길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에도 유의하시고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보내시길 빕니다.

 

함중아의 안개속의 두 그림자

https://youtu.be/rT8HubEXz20

 

정훈희의 안개

https://youtu.be/u4zHcvtnO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