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가을/ 이재무
움켜쥔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 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
11월이 종말을 고하려합니다.
강원도와 중부지방엔 눈이 내렸다지만
아직 눈 구경도 못했고
어쩌면 가을의 끝자락이라 할 수 있는
11월이기에 아직은 가을이려니 여기고 살았는데
그마저도 오늘이 마지막인가 봅니다.
사실 10월의 마지막 밤보다
11월의 마지막 밤이 훨씬 외롭고 쓸쓸할 것 같은데
11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하는 가수는 한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절기상의 가을도 가고
마음속의 가을마저 떠나갑니다.
음력으로는 아직 동짓달이 오지도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섣달을 맞고 있습니다.
무심한 세월이야 갈 테면 가라지요.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면
이해가 어찌 지나갈 수 있겠습니까?
명기 황진이는 동짓달 기나긴 밤을 이렇게 노래했다합니다.
夜之半 (깊은 밤) / 황진이
截取冬之夜半强 (절취동지야반강)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어
春風被裏屈幡藏 (춘풍피리굴번장)
춘풍 이블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有燈無月郞來夕 (유등무월랑래석)
달 없는 밤 님 오실 제 등불 아래서
曲曲鋪舒寸寸長 (곡곡포서촌촌장)
굽이굽이 펴리라
이 작품은 황진이가 서경덕을 사모하며 지은 시라고 합니다.
사모하는 임이 자신에게 잘 오지 않을뿐더러,
오더라도 다음날 아침이면 떠나버리기에,
황진이는 임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동짓달의 긴 “밤”을 모아두었다가
임이 오신 날 펼쳐내어 임과 오래 동안 함께 있기를 바라는 심경을 쓴 시라고 합니다.
기다릴 임도 없는 이내 몸은
11월의 마지막 밤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혼자 힘으로 안 되면 아내의 힘까지 빌려서 용을 써봐야지요^^
만일 내일 아침이 밝는다면
그건 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뜻하겠지요.
이 어리석은 꿈은 이루어 질 수 있으려나요?
아쉽게 지나가는 11월 마무리 잘하시고
새로 맞이하는 12월 알차고 활기차게 열어가시길...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카톡카톡 > 2018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의 봄/181206 (0) | 2018.12.06 |
---|---|
비오는 날 / 헨리 롱펠로우/181204 (0) | 2018.12.04 |
안개 속에 숨다 /류시화 /181128 (0) | 2018.11.28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181124 (0) | 2018.11.24 |
마음을 텅 비우고 /181123 (0) | 2018.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