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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햇살처럼 가족방/햇살이의 풍경첩

무등산 일주 산행/190623

서까래 2019. 7. 29. 19:52


어제는 비가 내렸다.

오후 세시경 약30여분동안 가슴까지 뚫릴듯한 시원스런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래 비도 이왕 오려거든 이 정도는 와야지.

그랬다.

 

몇 년 전 산수국꽃이 만발한 7월의 장마비가 쏟아지던 어느날 우비를 입고 무등을 찾았다.

오늘처럼 원효사에 주차를 하고 꼬막재와 억새평전을 지나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에 젖고 곱게 핀 산수국에 젖어 규봉암으로 향해 가는 길,

 

천지가 개벽하는 듯 흘러가던 물소리,

나는 그게 너덜겅의 돌사이를 빠져나가며 흘러가는 물소리려니 생각했다.

 

글곤 물소리 한번 더럽게 시끄럽네 그렇게 생각하며 규봉암 앞을 지나는데

그쪽에서 새앙쥐처럼 비에 젖어 걸어오던 산객이 묻는 말

시무지기폭포 다녀오셨지요.”

...

아뇨!”

사실 난 무등과 벗하고 산지가 오래였지만 시무지기폭포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다.

 

시무지기는 세 무지개의 이쪽 방언이란다.

지금도 나이아가라폭포수 떨어지는 소리보다 더 웅장하게 들리던 그날의 폭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시무지기폭포의 존재를 알고 부러 만나본 그의 모습은 평범했다.

왜냐고???

 

물이 적었으니까.

무등산 같은 돌산들은 비가 오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다.

 

장마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그때 시무지기를 보지 못한 게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 어제 내린 비를 생각하며 무등을 찾았다.

원효사에서 원효계곡을 바라보니 수량이 많지 않아 대충 짐작은 했다.

 

어제 이쪽은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나 보구나.

 

그래도 오늘 시무지기를 보러 무등을 찾았는데 그냥 지나칠 수야 있겠는가.

 

꼬막재를 넘고 억새평전을 지나 시무지기를 향해 내려간다.

별로 기대할 건 없지만 오늘 무등을 찾은 이유이므로...

 

산도 올랐다 내려가는 건 괜찮은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건 피곤하다.

 

오르건 내리건 산길은 항상 즐겁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감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괜찮아.

 

아침부터 탈탈 굶고 서너시간을 걸었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규봉암 못 미처서 너덜 으슥한 곳에 자리하고 앉아

소박하게 김밥에 막걸리 한잔을 곁들였다.

 

휴식을 취한 후 규봉암을 만나고 지공너덜길을 따라

장불재에 이르고 입석대를 만나고 서석대를 만난다.

 

무등이 최상의 모습을 보이는 계절은 아니지만 모처럼 만나는 무등이 반갑고 또 행복하다.

서석대를 내려와 중봉을 거쳐 중머리재 방향으로 내려오는데

시계바늘은 여섯시 반을 넘어서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여유를 부렸나???

중봉 지나서 사진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둡기도 하지만 사진 찍을 경황이 어디 있었겠나^^

 

아무리 잘 아는 길이라도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백운암터와 봉황대를 지나 토끼등에 이르니 이제 발걸음이 가볍다.

토끼등에서 원효사까지 가는 길이야 가다가 호랑이나 만나면 모를까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귀가시간이 너무 늦어 마님께 꾸지람을 들어야했지만

무등과 더불어 행복한 하루였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