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잠시 멈추고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 번쯤 온 길을 뒤
돌아보게 만드는 달이다
발아래 까마득히 도시가,
도시엔 인간이,
인간에겐 삶과 죽음이 있을 터인데
보이는 것은 다만 파아란 대지
하늘을 향해 굽이도는 강과
꿈꾸는 들이 있을 뿐이다
정상은 아직도 먼데
참으로 험한 길을 걸어왔다
벼랑을 끼고 계곡을 넘어서
가까스로 발을 디딘 난코스 ...
8월은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 번쯤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달이다
오르기에 급급하여
오로지 땅만 보고 살아온 반평생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아, 나는 지금 어디 메쯤 서 있는가,
어디서나 항상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은 하염없이 흐르기만 하는데
우러르면 먼 별들의 마을에서 보내오는 손짓
그러나 지상의 인간은 오늘도
손으로 지폐를 세고 있구나.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케 하는 달이다
..............
높고 푸른 코발트빛 하늘엔
솜사탕 같은 흰 구름이 유유히 떠돌고
밝게 내리쬐는 햇살은 따사롭다.
산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결은
부드럽고도 시원하다.
작열하는 햇볕을 벗 삼아
화사하게 빛나던 배롱나무 꽃은
점점 분홍빛을 빼앗겨가고,
푸르디푸르던 나무 잎새들도
폭염에 기력이 쇠해진 듯 그 빛이 조금씩 퇴색되어 간다.
구름들이 한가로이 무리지어 노니는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에 없는 여유도 생기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이 모두가 가을이 왔다는 징조일 것이다.
가을이 왔으니
8월이 가고 9월이 오는 것은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나
생각도 없이 무심히 지나쳐버린 8월을 어찌할까나?
8월이라는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면
가을은 차츰 더 깊어질 것이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는데
가을의 문턱을 넘고 가을의 심장부를 지나
영락의 계절을 맞이하면 그 때쯤이나
별다른 추억도 없이 지나간 8월을
한번쯤 뒤돌아봐야할지 모르겠다.
8월과 함께 낭만의 계절 여름이 간다.
8월이 여름을 데리고 떠나는 건지,
여름이 8월을 끌고 들어가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의 물귀신 놀음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 건
세월이란 녀석이 너무 빠른 탓이리라.
가는 8월 아쉽지 않게 마무리 잘 하시고
8월과 9월이 교차하는 휴일
알차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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