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가을/ 이재무
움켜쥔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 난 조롱박으로 퍼 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
11월이 가면서
가을의 마지막 꼬리, 아니 흔적까지 거두어간다.
11월이 지나면 가을이라고 우길 사람도
가을을 노래할 사람도 없다.
물론 내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윤회(輪廻)의 법칙은 왜 세월에는 적용되지 않는 걸까?
윤회의 법칙에 충실한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지만
한번 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숱하지는 않더라도
꽤나 많은 가을을 맞이하고
또 보내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2019년의 가을을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
올 가을의 추억거리라도 많았다면
아름다운 추억은 오래도록 간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추억을 쌓아놓지 않은 사람은
이제 가을의 추억을 쌓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래도 하루가 더 남아있다.
아직은 11월이고 달력을 보니
달력에 파란글씨의 30이란 숫자가 또렷하다.
아직 신에게는 하루라는 가을이 더 남겨져 있습니다.
아마 그대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1월의 끝과 가을의 끝이 일치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달력이 11월을 가리키고 있을 때는
아직 가을이라고 부득부득 우겨야 한다.
겨울이 오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그렇게 해서라도 올 가을의 추억거리라도
하나 만들고 가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떠나가는
가을에 대한 마지막 예우인지도 모른다.
“그래 가을아! 잘 가!”
내일이면 11월과 함께 한주가 갑니다.
12월의 첫날은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됐더군요.
11월 한 달 마무리 잘 하시고
억지스럽더라도 가을의 마지막 주말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간 사랑”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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