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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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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예찬(靑春禮讚) /200512

서까래 2020. 5. 12. 18:30

청춘 예찬(靑春禮讚)

/민태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理性)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希望)의 놀고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零落)과 부패(腐敗) 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석가(釋迦)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苦行)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曠野)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철환(轍環)하였는가?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美人)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萬天下)의 대중(大衆)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 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현저하여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 별과 같이,

산야(山野)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이것은 청춘의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讚美)를 듣는다.

뼈끝에 스며들어 가는 열락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老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 시대(黃金時代).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

 

푸르른 계절이다.

청춘보다는 신록을 예찬하고 싶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장미의 계절이자

신록의 계절이다.

 

이양하님은 신록예찬에서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라고 설파하셨다.

 

하지만, 현실의 5월은 신록을 예찬하기에는 이미 너무 우거져버렸다.

푸르름을 싫어하는 이가 어디 있으랴?

어쩌면 신록은 유년기의 아이들처럼 신비롭고 경이롭다.

허나, 지금은 유년기를 지나 청춘기에 접어들었다.

5월은 신록을 노래하기엔 이미 늦은 계절이다.

어느덧 청춘기를 맞아 짙어가는 녹음을 예찬해야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예전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청춘예찬이란 수필이 문득 떠오른 건지도 모른다.

인생에 있어 청춘보다 아름다운 시기가 있으랴?

 

김형석 교수님께서는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젊은 날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설파하셨다지만

그건 청춘으로 되돌아가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음을 잘 아시기에 하신 말씀은 아니셨을까?

아마도 젊은 날의 간난과 고통으로 인해 젊음의 기쁨이나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현실에 쫒기며 살아온 젊은 날에 비해,

노년의 생활이 너무 안온하고 행복함을 강조하기 위해 하신 말씀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려는 의도도 없지 않으리라 여겨지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청춘은 동경과 찬미의 대상이고,

기쁨과 활력이 넘치는 시기이다.

청춘은 5월의 짙어가는 녹음처럼 싱싱하고 풋풋한 꿈과 이상을 안고 살아야 마땅할 것이다.

 

더러 청춘의 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고

스스로 공공의 적을 자임하는 청춘들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세대 어느 사회에나 있게 마련이긴 하지만,

때로는 커다란 이상까지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비록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이라도 가슴에 품고,

조금씩은 조심하고 자제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녹음이 짙을 대로 짙어가는 5월입니다.

코로나19로 일희일비하며 조바심 내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항상 푸른 꿈을 안고 하루하루를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춘은 아니더라도 우리 심장의 피도

아직은 뜨겁게 끓고 있으므로...

 

송창식의 푸르른 날

https://youtu.be/mKr5P78HaC4?list=RDmKr5P78HaC4

 

산울림의 청춘

https://youtu.be/yodXsojRr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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