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그대, 강물처럼 흘러가라
거치는 돌 뿌리 깊게 박혀
발목을 붙들어도
가다 멈추지 말고 고요히 흐르거라
흐르고 또 흘러서
내 그리움의 강가에 이르거든
잠시 사랑의 몸짓으로
애틋하게 뒤척이다 이내
큰 바다를 향하여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라
고여 있는 것에는
순식간, 탁한 빛 감돌고
올무 감긴 물풀 어둡게 돋아나느니
내 삶의 날들이여,
푸른 그리움이여,
세상사 돋친 가시에 마음 다쳐
귀먹고 눈멀어
그 자리 주저앉고 싶을지라도
소망의 소리에 다시
귀 기울이며
말없이 흐르거라
울음조차 삼키는 속 깊은 강물처럼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라
기억의 저편에
모든 것은 흘러간다.
끊임없는 물결의 출렁임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그렇게
유유히...
파울로 코엘료
6월이 간다.
그리고 2020년의 절반이 따라서 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강물은 도도히 흐른다지만
그저 말일 뿐 그건 아니다.
여울져가고, 되돌아가고, 휘몰아쳐가고
또, 때로는 머물다 간다.
허나 이 노무 세월은 거침이 없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난장판이 되건
트럼프가 스트립쇼를 하건 게거품을 물던,
상관하지 않고 거침없이 흘러간다.
사실 세월이 간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제 본 내 얼굴과 오늘 바라본 내 얼굴에서
하나의 차이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 내일과 모래를 비교해 봐도
또, 그 다음날 비교해 봐도 아마도 똑 같을 것이다.
고로 10년이 흐르고 100년이 지나도 내 모습은 똑 같을 것이다.
허니 우리가 굳이 세월이 감을 아쉬워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세월 따라서 늘어가는 게 나이라,
나이가 벼슬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급장은 하나씩 늘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가는 세월 탓하지 말고,
그렇다고 아까운 세월 물 쓰듯이 허송하지 말고
이왕이면 알차고 즐겁게 지내다 간다면
그 또한 좋은 일 아니겠는가?
내가 미쳤는갑다.
하루 종일 비도 소복 소복이 아니라
부슬부슬 내리고 마음도 뒤숭숭한 판에
매일 보아도 반가운 벗들을 만나
두 잔도 아니고 딱 한 잔씩만 기쁜 마음으로 마시고 헤어졌으니
기분은 괜히 싱숭생숭하면서도
좋은 듯 나쁜 듯 알 수가 없더라.
그래도 몇 마디 지껄이는 건 아마도
한잔 술에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겠지...
왜인지 괜시리 우울해지는 요즘이다.
코로나 탓인지, 나이 탓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 탓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언제 나이까지 생각하며 살았던가?
그냥 힘들이지도 않고 그저 흐르는 세월 따라 절로 들어가는 건 나이요
그저 뒷짐 지고 따라가다 보면 극락이 눈앞인 것을...
요즘 시국이 몹시도 뒤숭숭합니다.
저도 능히 주자십회(朱子十悔)를 알되 가슴 속에 새기질 못했습니다.
비록 취하지는 않았으되 성후(醒後)에 회(悔)하겠습니다.
궂은 비 나리는 6월의 마지막 밤
주자십회훈이라도 한 번씩 되 뇌이시며 편히 잠드시고
2020년 하반기는 전반기보다는
훨씬 활기차고 알차게 보내시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기를 빌어봅니다.
부디 평온한 밤 보내시길.....
**朱子十悔訓 (주자십회훈)
不孝父母死後悔 (불효부모사후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후회한다.
不親宗族疎後悔 (불친종족소후회)
가족에게 친절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후회한다.
少不勤學老後悔 (소불근학노후회)
젊었을 때 부지런하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
安不思難敗後悔 (안불사란패후회)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뒤 후회한다.
富不儉用貧後悔 (부불검용빈후회)
부할 때 아껴쓰지 않으면 가난한 뒤에 후회한다.
春不耕種秋後悔 (춘불경종추후회)
봄에 갈고 씨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
不治垣墻盜後悔 (불치원장도후회)
담장을 고치지 않으면 도적을 맞고 후회한다.
色不謹愼病後悔 (색불근신병후회)
색을 삼가치 않으면 병든 뒤에 후회한다.
醉中妄言醒後悔 (취중망언성후회)
술 취중에 망언된 말은 깬 뒤에 후회한다.
不接賓客去後悔 (불접빈객거후회)
손님을 접대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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