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1948∼1991)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볕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 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시인의 산문]
아무리 우리 사는 세상이 어둡고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가 하루를 마감하는 밤하늘에는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별빛처럼 아름답게 떠 있고,
날이 밝으면 우리가 다시 걸어가야 할 길들이 가지런히 뻗어 있습니다.
우리는 저 길에 등을 돌려서도 안 되며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름들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꼭 울게 됩니다.
내게는 눈물이 절망이거나 패배가 아니라
이 세계와 손잡는 순결한 표징이며 용기의 샘입니다.
뜨겁고 굵은 눈물 속으로 무심하게 걸어 들어오는 안산의 저 황량한 들판과 나지막한 야산들이 내게는 소우주이고 세계 정신의 일부분이듯이,
그리운 이여, 내게는 당신이 인류를 만나는 통로이고 내일을 예비하는 약속입니다.
우리가 함께 떠받치는 하늘에서 지금은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스산한 바람이 무섭게 창틀 밑을 흔드는 계절일지라도 빗방울에 어리는 경건한 나날들이 詩의 강물 되어 나를 끌고 갑니다.
.....................
불현 듯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누군가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홀로여야 합니다.
또 홀로가 아니면 그렇게 절절하게 그리울 수도 없습니다.
그럴 때면 가끔씩은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습니다.
잉잉~~대면서 말입니다.
단, 남자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고 하죠.
태어날 때와 부모님을 여위었을 때, 그리고 나라를 잃었을 때
그런데 여기에 틈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대 살아생전에 나라를 잃을 일은 없을 터이니
대신 한번은 마음껏 울어도 전혀 허물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근대 사실은 사나이가 뭐 별겁니까?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고,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는 게 진짜 사나이지~~
안 그래요?
그래도 이왕이면 우는 일보다 웃는 일이 많아야죠.
오늘도 웃으며 사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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