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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곡(賞春曲)- 정극인(丁克仁, 1401~81)/210429

서까래 2021. 4. 30. 10:32

상춘곡(賞春曲)

- 정극인(丁克仁, 1401~81)

 

홍진(紅塵)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어떠한고

옛사람 풍류(風流)에 미칠가 못 미칠가

 

천지간(天地間) 남자 몸이 나만 한 이 많건마는

산림에 묻혀 있어 지락(至樂)을 모르는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 앞에 두고

송죽 울울리(鬱鬱裏)에 풍월주인 되었어라

 

엊그제 겨울 지나 새 봄이 돌아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 속에 피어 있고

녹양방초(綠樣芳草)는 가랑비 속 푸르도다

 

칼로 마름질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화신공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를 못내 겨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이니 흥()인들 다르겠는가

 

사립문에 걸어보고 정자(亭子)에 앉아 보니

소요음영하여, 산일(山日)이 적적한데

한중진미(閑中眞味)를 알 이 없이 혼자로다

 

이봐 이웃들아, 산수(山水) 구경 가자꾸나

답청(踏青)은 오늘 하고

욕기(浴沂)는 내일(來日) 하세

 

아침에 채산(採山)하고 저녁에 낚시하세

갓 괴어 익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걸러놓고

꽃나무 가지 꺾어 수놓고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듯 불어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청향(清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에 진다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아뢰어라

아이더러 주가(酒家)에 술을 물어

어른은 막대 짚고 아이는 술을 매고

 

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 냇가에 혼자 앉아

명사(明沙) 깨끗한 물에 잔 씻어 부어들고

 

청류를 굽어보니 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

무릉(武陵)이 가깝도다, 저 뫼이 그것인가

 

송간세로(松間細路)에 진달래를 붙들고

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에 벌여 있네

 

연하일휘(煙霞日輝)는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 검은 들이 봄빛도 유여(有餘)하구나

 

공명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 꺼리니

청풍명월 외에 어떤 벗이 있겠는가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헛된 생각 아니 하네

아모타, 백년행락이 이만 한들 어찌하리

 

상춘곡(賞春曲)

 

너무 늦어버렸다.

신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짙어버린 녹음이

여름이 가까이 있음을 깨우쳐준다.

 

도심의 가로수들은 이미 우거질대로 우거졌고

연노랑에서 부터 진녹색에 이르기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채로운 색상이 조화를 이룬

산 빛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뽑낸다.

 

꽃이 진 자리를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들이 대신한다.

 

너무 늦었음을 안다.

상춘곡을 노래하기에는...

 

허나 갈수록 깊이를 더해 가는 아름다운 봄날

봄을 노래하지 못하고 지나간다면

그 또한 한스럽지 않겠는가?

 

그러한 심오한 뜻을 담아 상춘곡을 올리오니

선인들의 풍류와 미처 느끼지도 못하고 보내버린

초봄의 조화와 정취를

한번 음미해보심이 어떠하실 런지요?

 

"이봐 이웃들아 산수구경 가자 스라.

답청은 오늘하고 욕기는 내일하세."

 

그대의 몸과 마음도 봄빛처럼 푸르러 가시길 빌며...

 

(음표) 지오디의 ""

https://youtu.be/KgXtSx8ublA

 

(음표)박강성의 "내일을 기다려"

https://youtu.be/Uj4cXr1sf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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