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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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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변영로/210520

서까래 2021. 5. 25. 11:03

봄 비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변덕이 죽 끓듯 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 날씨가 옛 속담을 따라가는 것 같다.

 

잦은 봄비탓인지 5월말의 숲은 성하의 숲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무성하고 짙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를 눈부심이 있는 푸르름이다.

 

어제 잠시 찾았던 선운사의 숲이 그랬다.

코로는 느낄 수 없는 싱그로운 향기가 눈을 매료시켰다.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

정오를 넘긴 시각에 느즈막이 아내를 따라 평소 다니는 선원을 찾아

가족등과 부모님들 영가등을 달고 총무보살님께서 챙겨주시는 김밥을 받아들고 산책삼아 선운사로 향했었다.

 

예년에는 내장사를 자주 찾았으나 불타버린 대웅전 모습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절에 다닌다고는 하지만

아내가 절을 찾는 건 일년에 고작 몇번이다.

항상 뭔가 필요하고 아쉬울 때만 찾는 사이비 신자다.

 

하지만 종교라는 게 결국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 터이니,

필요할 때만 다니는 이기적인 신자라고 해서 부처님께 누가 되기야 하겠는가.

 

적극적인 신자가 아니더라도 뭔가 아쉽고 의지할 곳이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사이비 신자늘은 부처님에게 의지한다기 보다는 스님들을 따른다.

 

어느 절에 가나 부처님은 똑 같은 분이지만,

부처님을 모시고 계시는 스님따라 이리저리 도량을 옮겨다닌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그러다가 또 언젠가는 그치겠지.

봄이 깊어 가는 건지

여름이 다가오는 건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세월이 가고 있다는 거다.

 

아직도 수억겁의 세월이 남아 있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너무 짧기만하다.

 

비가 초록빛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활력이 넘치시길...

 

이은하의 "봄비"

https://youtu.be/GGSZdNAA1S0

 

채은옥의 "빗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