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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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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만해 한용운/211001

서까래 2021. 10. 1. 09:32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만해 한용운

 

10월을 열어가는 아침,

운무가 대지를 감싸고 있다.

 

아침햇살이 비추면 안개는 스러지고

말간 하늘이 어제처럼 높고 푸르름을 자랑하리라.

 

설악산에는 첫 단풍이 관찰되었다한다.

나무가 고운 옷으로 단장하는 건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가을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지만

비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의 곡식들이 베어지고 나면 황량한 들판엔 마른 바람이 불고,

잎새를 떠나보낸 나무들은 깊은 침묵에 잠길 것이다.

 

나무는 잎새를 떠나보낼 뿐 낙엽이 갈길을 정해주지 않는다.

 

더러는 나무곁을 지키며 나무의 자양분이 되기도하고

더러는 불어오는 바람결에 밀려 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침묵은 비움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10월의 시작과 함께 한주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입니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 했지만

침묵보다는 항상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는 10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가는 10,

건강과 기쁨이 넘치는

하루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박인환의 시 박인희 낭송 "목마와 숙녀"

https://youtu.be/uLlg5_7hbxs

 

이브몽땅의 "고엽"

https://youtu.be/cZ4uMn1MZ5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