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끝났다고는 하나 코로나시국에 해외여행을 한다는 건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행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항상 염려스러웠던 게 코로나 항원검사였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을 경우 자가격리 등 10일 후에나 귀국이 가능하단다.
입국 24시간내의 검사결과가 필요해서 어제 오전 11시에 호텔로 출장검사가 예약되어 있었다.
검사비는 한화로 1인당 1만원 정도다.
코로나 신속항원 검사결과 7명 전원 음성판정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가을 쯤 제주에나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팬데믹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뜬금없이 "우리 발리에나 갔다올까?"라고 묻기에 그냥 별 생각없이
"부인의 뜻대로 하시오"라고 답했고,
딸아이의 주도하에 항공비 등이 저렴하던 시기에 계획이며 예약이 즉각 이루어졌다.
사실 예약이 되었어도 내가 일주일 이상 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여서 마음 속으로는 혼자 남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어렵사리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어제는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이동하는 일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어,
점심을 먹고 발리해변이 바라보이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나무숲 사이로 바라보이는 해변풍경에 이끌려 다시 발리해변으로 발걸음을 해서는
어제와 별 다를 바 없는 풍경들을 또 다시 담아본다.
바닷물이 밀려오는 해변에 서서 윈드서핑하는 오습을 바라보다 윈드서핑을 예술적으로 타는 이가 있어 사람이 있어 카메라로 당겨서 찍고 있는데,
어느새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트레킹화를 적셔버린다.
나는 어쩌라고...
싱가포르의 물가가 비싸다고는 하나 음식값은 생각보다 저렴했다.
싱가포르나 발리나 공통점은 술을 비롯한 물종류 값은 거의 유사하게 비쌌다.
편의점에서 파는 맥주값은 우리나라의 2배 이상이고, 식당에서 파는 가격은 의외로 저렴해서 우리나라 가격의 1.5배를 넘지 않는 것 같았다.
두 곳 모두 알콜 친화적인 곳이 아니어서 식당에서 맥주 이외의 주류는 찾아보기 힘들어서 식사 때마다 맥주만 두세병씩 마셔대며,
소주를 그리워해야 했다.
사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향도 그리 강하지 않고 입맛에도 잘 맞았다.
물론 우리가 그런 음식들만 선별해서 먹은 건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한국 여행객들이 다녀가서 나름 맛집으로 올라있는 식당들을 찾아다녔으니 당연히 우리 입맛에 맞는 식당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7명이 먹는 식대는 배부르게 실컷 먹어도 주류 포함해서 10만원을 넘긴 적이 거의 없었지 싶다.
물론 고급요리를 고집한다면 비싼깂을 치뤄야 했겠지만,
가족들의 기본적인 성향이 음식에 그리 집착하지 않는 편이고,
나는 반주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이면 족하다.
이제 7박9일의 여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집에 가는 일만 남아있다.
화려함과 깨끗함의 극치를 보여준 싱가포르의 현대적인 시가지 풍경,
그리고 시간여행을 온 듯했던 발리의 첫 인상과
발리의 농촌풍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우리나라의 6, 70년대를 보는 듯한 정겨움,
좁고 혼잡했던 도로들,
그러나 하나 같이 깨끗하고 깔끔했던 거리들과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발리해변을 만났을 때의 가슴 벅찬 설레임,
하지만 이제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국적인 풍광의 센토사섬과 웅장한 규모와 아름다운 경관으로 경탄을 자아냈던 가든 베이 식물원,
그리고 광활한 발리해변의 파도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건만,
이슬비 내리는 새벽의 마리나 베이 산책로를 홀로 활보했던 기억도,
머라이언이 토해 내는 물을 받아 먹던 기억도 내게서 지워져버렸다.
발리 해변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동도,
열시가 넘은 야밤에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 발리해변을 밀려오는 바닷물로 발을 적시며 겁대가리 없이 한시간 넘게 거닐었던 기억도,
발리의 넘실대는 파도를 벗삼아 진이 빠지도록 즐겼던 기억도 모두 잊혀 버리고,
짧았지만 매일 매일 너댓번씩 거닐며 정들었던 꾸따거리도,
1잔에 1천원 정도하는 과일쥬스가 유난히도 저렴하고 맛있어 자주 찾았던 가게도 이제는 모두가 서서히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이제는 오직 추억만이 남았다.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리라.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은 이제는 추억이라는 창고에 쌓아두어야만 한다.
가끔씩 꺼내보기도 할 것이다.
아름다웠던 추억은 언제나 그리운 거니까.
싱가포르도 발리도 이젠 안녕~~~
지금 시각은 아침 7시 10분이고 잠시 후면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아마 제가 이 글을 보내는 시각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가 되겠지요.
즐거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서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어쩌면 우리끼리의 여행이었지만 함께여서 더 즐거웠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는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무탈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의 음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허접했던 저의 여행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매일매일 영산강변을 거닐고, 잡다한 업무와 함께하는 일상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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