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는 시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 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 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이 세상에 달빛뿐인
가을밤에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들판이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들판을
너는 보았느냐
-김용택
그 때가 옛날인가보다.
한 때는 저녁 밥숟가락을 놓고 나면
신발을 주워 신고 밖으로 나서서
홀로 밤이 이슥하도록 싸돌아다니곤 했었다.
그 때만 해도 영산강변 산책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밤이 되면 개미새끼 한 마리도 구경하기 어려웠지.
사실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무서웠어.
깊어가는 가을밤이면
울창한 풀 숲속에서 들려오는 풀벌레들의 합창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게 들리던지
홀로 감탄사를 연발하곤 했었다.
요즘도 가을밤에는 가끔씩 강변을 거닐며
풀벌레들의 합창을 몰래 엿듣곤 하지만
예전의 오케스트라는 절대 아니다.
개발 탓인지 세월 탓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가을비가 내렸다.
전성기를 지나 붉게 피어있는 배롱나무꽃도
비에 젖어있고
피어나는 갈대꽃에도 빗방울이 맺혀있다.
곱기는 배롱나무 꽃이나 메꽃이 더 예쁘겠지만
피어나는 갈대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가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도심의 가로수들은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플라타나스나무와 튜립나무 잎은 하나 둘 노랗게 물들어 가고
벚나무는 반라로 변한지 오래다.
너무 많은 꽃을 피운 벚나무는
아마도 빠른 휴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서서히 가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말까지 연이어 비가 내린다합니다.
이 비와 함께 가을도 조금씩 익어가겠지요.
흐릿하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지만
마음만은 밝고 쾌청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김수철의 “내일”
(음표) 방주연의 “당신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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