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홀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간다.
............
기온이 차갑다.
오늘은 겨울이 들어선다는 입동()이다.
절기는 계절을 앞서 간다고 했는데 항상은 아닌 모양이다.
아침운동을 나가자마자 후회를 했다.
어제보다 추울거라는 예보를 들었지만,
장갑이라도 챙겨서 나갈까 하다가
어제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그냥 무시했다.
사실 어제도 추워진다고 했지만
전혀 춥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새벽과는 공기가 달랐다.
손도 시리고 얼굴도 차가웠다.
강물 위에는 하얀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풀 위에는 하얀 무서리가 내려앉아있다.
올 가을 들어 서리가 내린 건 처음이지 싶다.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이르렀나보다.
계절은 겨울의 문 앞을 서성거리며 잠시 방황할 것이다.
대문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문지방에 걸터앉아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잠시 졸기도 하다가
때가 되면 문턱을 넘어 겨울 속으로 들어가겠지.
가을도 아닌 것이
겨울도 아닌 것이
가을 같기도 하고 겨울 같기도 하다.
입동날 추우면 겨울이 춥다는데
올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지 모르겠습니다.
추우니까 겨울인데, 추워봐야 얼마나 추우려구요.
도심의 단풍나무들은 아직 물들지도 못했는데,
가로변과 강변의 활엽수들은 떨궈낸 낙엽을
발치에 수북히 쌓아놓고 겨울을 기다립니다.
머잖아 곱게 물들었던 산사의 단풍들도
모두 낙엽이 되어 떨어지겠지요.
지난 일요일에 다녀온 내장사의 풍경사진 올려봅니다.
매표소에서 내장사까지 갔다가 원적골을 지나
원적암과 백련암을 거쳐 일주문으로 돌아내려오며
담아본 가을 풍경입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일교차까지 심해서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셔야할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도 지키고 행복도 느끼시는 나날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박인희의 “목마와 숙녀”
(음표) 박목월 시, 테너 박세원의 “이별의 노래”
'카톡카톡 > 2023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231110 (0) | 2023.11.10 |
---|---|
인생은 타타타(Tathata)/231109 (0) | 2023.11.09 |
너에게 - 정호승 /231106 (0) | 2023.11.06 |
어플루엔자(Affluenza)/231103 (0) | 2023.11.03 |
단풍이 너를 보니- 법정스님 -/231102 (1) | 2023.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