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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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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 정호승 /231106

서까래 2023. 11. 6. 09:59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꽃들이 되어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

 

비가 내립니다.

아침에 비가 그쳤다싶어 달랑 모자 하나 뒤집어쓰고

영산강변으로 향했습니다.

공원과 가로변의 나무 밑에는 비에 젖은 낙엽들이 쌓이고

성질 급한 나무들은 이미 나신을 드러내고 있고,

대부분의 나무들은 반라의 상태로 가을 옷을 한 겹씩 벗어내고 있습니다.

 

강물이 탁류로 변한 걸보니 제법 많은 비가 내렸었나 봅니다.

산책로 변에서 웃음 짓던 코스모스는 볼품없는 모습으로 스러져가고

점령군처럼 강변을 뒤덮고 있는 억새들도

이제는 쉴 자리를 찾아 몸을 눕히기 시작합니다.

다시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엊그제 까지도 여름 같은 날씨였는데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늦가을임을 일깨워줍니다.

허나 그 또한 단편적인 가을 풍경의 하나일 뿐이고,

남녘의 산하는 오색빛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은 동창회 모임에서 순창 강천사를 다녀오고

일요일인 어제는 가족끼리 정읍 내장사를 다녀왔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들이 아름답기는 했지만,

예년에 비해 제대로 물들지 못하고

말라서 떨어진 낙엽들이 많더군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단풍명소라는 명성에 걸 맞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었던 주말이었습니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추위와 함께 가을은 더욱 깊어가고

겨울이 한발 한발 다가오겠지요.

강천산 산책로를 거닐며 담아본 가을풍경 올려봅니다.

 

내일부터는 날씨가 추워진다지요.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밝고 활기차게 열어 가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