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너를 보니
- 법정스님 -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 들었나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럴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겼네
세월따라 가다보니
육신은 사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 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보면
흰바위 푸른솔도
손뼉 치며 끼어 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 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
가을이 깊어갑니다.
삭막한 가을 바람은 갈대를 흔들며 지나가고,
낙엽은 떨어져 바람에 날리고,
발길에 밟혀서 바스러집니다.
가을 햇살에 하얗게 빛나던 억새꽃도 바람결에 날려가고,
추수를 마친 황량한 들판은 하얀눈이 포근하게 덮어줄 겨울을 기다립니다.
끼르륵거리며 남쪽으로 날개짓하는 기러기떼는 어디를 향해 가는걸까요.
가을이 풍요의 계절이라지만
풍요로움의 이면에는 잔치를 마치고 모두 돌아간 후에 느끼는 허탈감 같은 공허함이 함께 합니다.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한용운님은 이렇게 노래했지요.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 만날 것을 믿습니다~~"
낙엽이 지는 것은 고단함을 내려놓고 쉬기 위함일 겁니다.
다가올 봄날의 푸르름과 화사함을 그리며 말입니다.
가을이 무르익어갑니다.
익어가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날들은 언제나 너무 짧은 법이지요.
새하얀 구름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이 아름답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고 평안하시길...
(음표)이정옥의 "숨어 우는 바람소리"
https://youtu.be/T6ZcAY8FJb0?si=yRQwwRhGqz7ogoP7
(음표)윤상의 "이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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