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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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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길 -도종환/231123

서까래 2023. 11. 23. 09:59

아름다운 길

 

너는 내게 아름다운 길로 가자했다

너와 함께 간 길에 꽃이 피고 단풍 들고

길을 따라 영롱한 음표를 던지며 개울물이 흘렀지만

겨울이 되자 그 길도 걸음을 뗄 수 없는 빙판으로 변했다

 

너는 내게 끝없이 넓은 벌판을 보여 달라 했다

네 손을 잡고 찾아간 들에는 온갖 풀들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 몸 구석구석은 푸른 물감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빗줄기가 몰아치자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내 팔을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넘어질 때 너도 따라 쓰러졌고

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세찬 바람 불어올 때마다

너도 그 바람에 꼼짝 못하고 시달려야 했다

 

밤새 눈이 내리고 날이 밝아도

눈보라 그치지 않는 아침

너와 함께 눈 쌓인 언덕을 오른다

빙판 없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하며 함께 꽃잎 같은 발자국을 눈 위에 찍으며

넘어야 할 고개 앞에 서서 다시 네 손을 잡는다

쓰러지지 않으며 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눈보라 진눈깨비 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 도종환

 

오늘 아침은 기온이 포근한데

내일부터는 다시 추워진단다.

사계마다 변화무쌍한 게 날씨고

시시각각 죽 끓듯 변덕스럽게 변해간다.

 

변하는 게 어디 날씨뿐이랴.

날씨나 우리네 인생이나 종잡을 수 없는 건 매 한가지다.

꽃길만 걷기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봄이면 화사한 꽃길을 걷고,

여름이면 녹음이 무성한 나무숲 길을 걷고,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을 벗 삼아 낙엽을 밟으며 걷고,

겨울이면 널게 펼쳐진 설원을 바라보며

눈길을 걸으며 살아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허나 어찌 꽃길만 걸을 수 있으랴.

걷다보면 가시밭길도 있고 자갈길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오래 살다보면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일 게다.

 

어차피 대부분 그렇게 살아간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아침햇살에 안개 스러지듯

봄바람에 자리를 넘긴다.

 

오늘 걷고 있는 길이 꽃길이면 좋겠지만,

가시밭길이라도 헤치고 나가다보면

머잖아 아름다운 꽃길도 열릴 것이다.

 

급변하는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고

밝고 희망차게 하루를 열어 가시고,

오늘 하루도 아름다운 꽃길만 걸으시길 빕니다.

 

(음표) 이정선의 산사람

https://youtu.be/XIbFEL3RIrQ

 

(음표) 소리새의 통나무 집

https://youtu.be/syQGUQJ0Gy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