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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철학/조병화/241115

서까래 2024. 11. 15. 10:18

나무의 철학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쉼 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 조병화

 

나무들이 곱게 물들어 간다.

남도 도심의 가로수들이 이제야 제대로 물들었다.

더러는 미처 물들지도 못하고

그냥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거나

말라붙은 채 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북풍한설이 몰아치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11월도 이제 절반이 지났으니

계절로 치면 만추를 지나 초겨울에 접어들 시기이다.

이제는 나무들마저 정신 줄을 놓고 사는 걸까.

나무들에게도 철학이 있을 것이다.

수 백 년이나 수 천 년 동안 도를 닦아왔을 나무들도

달력 보는 법은 배우지 못했나보다.

어쩌면 그들에게 달력은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느껴지는 대로 봄이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고

여름이면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무성하게 우거졌다가

만물이 숙성되는 가을이 되면

곱고 튼실하게 익은 열매를 시집보내고

먼 길 떠날 색동옷 입고 자태를 뽐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에 떨어져 내려

자장가를 부르는 엄마의 손길처럼

포근하게 대지를 감싸주고,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겨울밤에는

홀로이 달빛에 비친 아름다운 나신을 바라보며

나르시시즘을 느끼며

다시 돌아올 봄날을 꿈꾸며 살아왔을 것이다.

 

자연의 법칙이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나무들도 새로이 철학을 익혀야할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가을이다.

곱게 물든 단풍도,

가지와 이별하고 땅위를 뒹구는 낙엽도...

가을이 깊었음을 느끼게 한다.

만추의 풍경과는 달리 기온은 따사로운 봄날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부조화를 수 백년을 살아온 나무들인들

어찌 금방 알아차리고 적응해 갈수 있겠는가?

 

자연도 사회도 부조화의 시대요,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리고 그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게 모두의 운명이다.

적자생존()

말은 쉽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살벌하고 무서운 말이다.

약한 놈들은 모두 죽으라는 논리?

그건 아니겠지만 아침부터 괜한 소리를 지껄이는 건

땅위를 뒹구는 낙엽들 탓인지도 모르게다.

 

어쩐지 곱게 물든 단풍보다도

먼 길 떠나는 낙엽들에 눈길이 자주 가는 아침입니다.

그 들이 애처로워서가 아니라

너무 아름다워서 말입니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또 한주가 떨구어지려합니다.

따지고 보면 일년도 눈 깜박할 새에 지나가 버리는데

이깟 한주가 지나간다고 징징거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갑니다.

 

한주 마무리 잘 하시고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처럼

바람에 날리며 우아하게 떨어지는  낙엽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https://youtu.be/R1fAuvI7nhk

 

(음표) 배호의 마지막 잎새

https://youtu.be/R1fAuvI7n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