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니 한 밤중에 공원을 산책하면서 넓은 활엽수림속에 피어 있는 꽃을 보았다.
공원길이라 가로등불이 밝히고 있건만,
전체적인 형상만 보일뿐 보고픈 그리움만 자꾸 자극한다.
매번 지나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고픈 친구였는데 여태껏 이름마저 물어 보지 못했다.ㅜㅜㅜ
오늘 우연히 이 친구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름하여 마로니에라던가?
니가 무심한건지?
내가 무식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니 이름을 아는 순간 그래!
웬지 모르게 이해가 되는 거 있지!!!
그래서 술 한잔 마시고 너를 만나러갔고,
오늘도 너는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귀여운 녀석!!!
항상 바라보며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은 네 앞에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지,
너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고 좋은데,
좋은 건 더 좋은 걸 연상시키는 건지 몰라도
그리운 벗님들, 그래 사모하는 님들이 그리웠고
마로니에를 바라보며 나눈 짧은 통화에 시름의 절반은 녹아 내렸다.
문득 중학시절에 읽었던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중 마지막 귀절이 스쳐 지나간다.
여자의 일생은 그렇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
여자의 일생과 남자의 일생이나 무엇이 얼마나 다르랴!
아무리 두레박 팔자라지만,
지금은 날개를 잃고 겉 모습만 반쯤은 독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진짜 천사,
내게는 하나 뿐인 내 사랑 촌스런 경순이!
그리고 내가 진실로 존경하고 사모하는 연상의 남자!
그리고 팔팔 살아 숨쉬는 젊은 #까지.......
모두 목소리로 만나 대포를 한잔씩 나눈 밤이다.
오늘 한잔 마시고 절반쯤 취해 씨잘데기 없는 낙서를 끄적이다가
내일 아침 쑥스러움에 이 글을 지워 없앨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은 내가 어떤 상태건 진실임을 어이하랴?
그러나 이 글이 낙서건 아니면 명작이건(?)
컴퓨터 앞에 앉아 행복하니 얼마나 좋은가?
내일은 비가 심하게 많이 내리지 않는다면, 밖에 나가 마로니에의 진면목을 느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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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린다는 석가탄신일 아침 8시경,
베란다를 바라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 것 같다.
창문을 열고 바라본 대상공원은 안개같은 가랑비가 오는 듯 마는 듯 내리고
물기를 머금은 나무들은 한결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밝은 날에 마로니에꽃을 만나러 카메라와 우산을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100여 미터만 나서면 마로니에를 만날 수 있지만
내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녀석은 이 블럭의 끝부분에 있고
이녀석만 꽃을 피웠다.
화무십일홍이라더니 이제 철쭉도 내리는 봄비를 원망하며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고
마로니에꽃은 넓고 무성한 이파리를 우산삼아
밝게 웃고 있다. ^^....
공원을 산책하며 항상 이 나무의 이름이 궁금했었다.
그렇다고 기를 쓰고 이름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이름을 알고 나무를 찾기는 쉬워도, 나무를 보고 이름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지난가을에는 이 나무의 낙엽을 한 웅금 주워다가 거실앞에 두고 가을의 향취를 느끼곤 했다.
그제 밤 자정경 산책을 하다가 처음으로 잎새속에 숨겨놓은 이녀석의 보물을 보고 말았다.
그러면서 왜 이런 도시공원들은 나무의 표찰을 달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욘석의 이름을 알았다.
그래서 어제밤 술 한잔을 마시고 요녀석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 녀석을 찾았고,
한참 동안을 녀석 앞에 앉아 행복했었다.
78년 11월 논산훈련소 훈련병시절 훤칠하게 잘 생긴 동기생 한명이
루루 루루루루루....로 시작하는
박건의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라는 노래를 그렇게 잘 불렀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친구가 생각난다.
잘 생기고, 성격도 좋고, 아마 머리도 좋고 또 성실할 것이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마로니에 덕분에 그제부터 지금까지 행복하다.
그래,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자!
깍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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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보니 물기를 머금은 대상공원이 한결 싱그럽고, 비는 오는 듯 마는 듯하다.
나무밑에 돗나물 비슷한게 돋아났는데 만져보니 돗나물에 비해 살집이 적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돗나물 인가???
이 블럭에는 마로니에 나무가 많은데, 이 녀석들은 무심히 지나치고
이상하게도 맨끝에 있는 녀석에게만 유독 눈길이 간다.
아마도 요녀석은 홀로 우뚝 서 있어 눈길을 끄는 걸게다.
빗물따라 흘러내리는 철쭉꽃을 암술이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 꽃은 병꽃을 닮았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네 이름도 조만간 알게 되겠지...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박건
1.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 속에 봄비가 흘러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루 루루루 루루루 루루루 루루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2.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듯이
덧없이 사라진 다정한 그 목소리
아 ~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루 루루루 루루루 루루루 루루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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