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의 장마는 끝나지 않았지만, 남부지방의 장마는 일단락되었단다.
4주만에 맛보는 휴일 오전을 늘어지게 보내고,
점심 후 주섬주섬 베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누구를 데리고 다니기엔 날씨가 예사롭지가 않아 홀로 등산화를 맨다
기온은 30도를 넘고 여전히 습도는 높아 산행길은 힘겹고 체력소모가 클 것이다.
어디로 갈까나?
무등산 일주를 하자니 시간이 부족할 것 같고,
오늘은 일단 가볍게 병풍산에 가서 몸이나 풀고 내일을 기약하자는 마음으로 담양 방향으로 차를 몬다.
에라 차라리 금성산성이나 한바퀴 돌까 하다가,
이왕 땀흘릴거면 추월산이나 오르며 땀이나 흠뻑 쏟아보자며 한재골을 외면하고,
담양읍 방향으로 직진한다.
차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엔 그름의 형상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추월산은 노스님이 누워 주무시는 형상을 닮았다.
산행에 적당한 계절이 아니다 보니 주차장이 한가롭다.
하기야 무더운 여름날 한낮에 험하다면 험한 추월산 같은 곳을 오를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주차장입구에서 바라본 보리암 정상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2시,
이정표앞에 서서 코스를 구상해 본다.
보통 1등산로를 타고가다 보리암을 구경하고 보리암 정상을 거쳐 3등산로를 타고 추월산 정상에 올랐다가
4등산로를 타고 내려오다 시원한 계곡물에 지친 몸을 달래며 하산하곤 했다.
오늘은 일단 나 홀로 산행이니, 일단 2코스를 통해 정상까지 오른후
하산코스를 정하기로 하고 서서히 산을 오른다.
장마로 등산로는 젖어있고 후덥지근한 날씨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산을 오르며 혼자 오길 잘 했다는 위안아닌 위안을 해본다.
아니, 혼자가 아니었다면 오르기 편한 산을 택했지 이리로 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산의 중턱쯤 오르니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소나기는 피해 가랬다고 나무밑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한참을 오르니
또 다시 비가 내린다.
보리암 바위밑에 차분히 앉아 막걸리로 목을 적시고 있으니
드디어 비가 잦아든다.
보리암 정상에 오르니 발밑에는 담양호가 시원스럽고,
담양호 뒷편으론 금성산성과 강천산이 펼쳐져 있고,
남쪽으론 무등산이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고 서쪽엔 병풍산과 불태산이 위용을 뽑낸다.
오랜만의 산행에다 비로 지체되어 추월산 정상에 오르니 다섯시가 다 되었다.
4등산로로 하산하려다 수리봉까지는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수리봉에서는 복리암쪽으로 하산하려다가 혼자 아니면 언제 견양동방향까지 가보랴 싶어 욕심을 부려본다.
사실 저 멀리 서쪽 방향으로 도로가 보여 거기까지 갔다가 도로를 따라 주차장까지 가봐야
4-5키로 정도가 아닐까 하는 마음인데 등산로가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한다.
그렇게 닿은 곳에 이정표가 서있는데, 그곳은 무능기재이고 견치재는 앞으로도 4.3키로를 직진해야 하고
견양동 등산로 입구까지는 1.3키로란다.
시각은 7시가 넘어가니 선택의 여지가 없이 견양동방향의 하산로를 따라 내려 오는데
급경사에 등산로의 절반쯤은 유실되고 엄청 미끄러워 1.3키로가 4키로 보다 멀고 힘겹다.
산속이라 어둡기는 하지 험한길은 몇번씩이나 미끄럼을 태우며 엎어지라 하니,
직전에 복리암쪽으로 하산하지 않은게 심히 후회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하산하여 주차장에 당도하니 8시가 훨씬 넘어섰다.
오랜만의 즐거운 산행길이었으나, 사실 하산길은 조금은 막막했었다.
조금 무리했었나???
가까운 삼인산에는 털중나리가 많은데, 추월산에는 하늘말나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위위에 서있는 암자가 추월산 보리암이다.
소나기 후의 담양호에 햇살이 비친다.
추월산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아름답기만하다.
남녘의 무등산도 머리위에 구름모자를 쓰고 있다.
바위채송화는 제철을 맞아 바위마다 만개해 있다.
비비추는 소나기에 함초롬이 젖어 있다.
보리암 정상
보리암 정상에서 조망되는 정경
싸리꽃도 자세히 보면 아름답고 향도 뛰어나다.
불태산주변은 소나기가 내리는지 시커먼 구름에 싸여있다.
추월산 정상에서 둘러보는 주변 풍경
노루오줌도 꽃을 피웠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
수리봉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이곳에서 복리암 방향으로 향했어야 했건만.....
이길도 등산로 상태를 알 수가 없으니 뭐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시간에 쫒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등산로 입구까지 1.3키로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2키로는 족히 넘어 보였고 이렇게 험한 등산로도 보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산수국도 비 때문인지 풍성한 맛이없고 어두워서 상태도 좋지 않다.
경사지만 벗어나도 살것 같다.
드디어 견양동이다.
하산길이 어찌 험하고 어둡던지 많은 땀을 흘리고도
시원한 계곡물에 세수도 못하고 내려와서 마을 냇가에 머리를 빠뜨린다.
미나리를 닮은 이꽃은 거의 나무수준의 크기이다.
견양동 입구에는 뚱딴지(돼지감자)꽃이 피어있다.
견양동 입구에서 하산로쪽을 바라보니 그저 아스라하다.
이곳에서 주차장까지는 대충 3키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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