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자연이지만 결코 기다려 주는 법은 없다.
작년에는 적절한 시기에 안양산을 찾아 만개한 철쭉을 즐길 수 있었다.
작년에 13일에 올랐으니 이번 주가 제철일 것 같아
산행할 욕심에 어제도 자정이 다 되도록 업무를 보았건만 할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귀가하여 자정이 넘은 시각 뜬금없이 아들을 불러
내일 아침 일찍 무등산 철쭉 구경 갈 건데,
같이 갈 거냐고 했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러겠단다.
여섯시가 가까워지자 산행 갈 채비를 차리는데
아들녀석은 도저히 못 일어나겠는 모양이다.
그래 잠이나 자거라!
혼자라면 무등을 돌아 안양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좋으련만,
아내에게는 이십여키로의 산행은 무리일 텐데,
버스를 타고 증심사나 원효사로 가서 안양산 휴양림으로 내려가
순환버스를 타고 오고 싶지만 성수기라서 순환버스를 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궁리 끝에 화순 수만리의 너와나 목장에서 오르기로 하고 아침공기를 가른다.
너와나 목장에서 장불재로 오르는 길은 거리는 짧으나 경사가 너무 심해서,
산행초입부터 너무 힘들 것 같아 중머리재 방향으로 향하는데 길목마다
순백으로 피어있는 고추나무꽃이 고춧가루 뿌리듯
달콤한 향을 온 골짜기에 쫙 깔아 놓았다.
고개를 들면 고추나무와 으름덩굴, 덜꿩나무가 반기고,
길섶에선 참꽃마리와 매미꽃, 미나리냉이, 광대수염, 미나리아재비가 귀엽다.
용추계곡의 시원한 물소리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용추폭포를 지나쳐 중머리재에 오른다.
중머리재에서 중봉으로 올라야 경관도 즐기고 풀꽃들도 많으련만,
마나님의 명에 따라 완만한 장불재 방향의 직행코스를 택한다.
장불재에 오르면 산빛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저 푸르다.
아니, 이게 뭐람? 이게 왜 이렇지?
지금쯤은 철쭉이 만개했어야 맞을 것 같은데 이제 꽃봉오리를 공구고 있다니....
실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안양산까지 다녀 오기로 한다.
철쭉이 안양산에서 부터 개화해서 백마능선을 타고 장불재로 넘어온다지 않던가?
철쭉이 피었으면 더욱 좋고 안 피었어도 아쉬운 대로 좋기는 매 한가지다.
멀리서 바라보는 장군봉 오르는 길목의 백마능선 철쭉도 그저 푸른빛이다.
굼뱅이보다 더 느린 아내의 발걸음에 맞춰 유유자적하며
낙타봉을 넘어 칼바위에서 안양산 능선을 바라보니 분홍빛이 완연하다.
안양에 다가서니 산빛도 산객들의 얼굴도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연분홍 처녀들 틈에선 각시붓꽃이 부끄러운 듯 수줍게 미소 짓는다.
안양산 정상부의 철쭉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장불재방향으로 내려오다 들국화마을 방향으로 하산로를 잡는다.
들국화마을을 둘러보고 중지마을에 도달하니,
마나님 왈 자기는 그늘에서 쉬고 있을 터이니
혼자 가서 차나 끌고 오란다.
명을 받들어 마당쇠 홀로 쌍방울 울리며 마을 안길을 지나 너와나 목장을 향해 가는데,
길가에서 야생마(?)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고삐도 없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아마도 목장에서 탈출한 게 아닌가 싶다.
아내 덕인지 아내 때문인지는 몰라도 덕분에 산행을 일찍 마쳤다.
올해는 무등산 철쭉이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은 늧은 것 같다.
아마도 다음 주 쯤이면 절정을 이룰 것이다.
충분히 즐거웠지만 5퍼센트 아쉬운 철쭉산행이었다.
너와나목장에서 바라본 무등산 장불재
ㅜㅇ머리재
- 참꽃마리
미나리냉이
고추나무
층층나무
매미꽃
용추계곡
고추나무꽃 향기는 감미롭다.
으름덩굴
참꽃마리
광대수염
산철쭉
덜꿩나무
보리수나무
미나리아재비
중머리재
중머리재약수터
병꽃나무
돌배나무
쥐오줌풀
철쭉
골무꽃
장불재
중봉
철쭉
장군봉과 백마능선
각시붓꽃
안양산정상
피곤한건지, 식곤증인지 잠시 눈을 붙이고 나는 주위를 한바퀴 둘러본다.
흰각시붓꽃
이곳에서 들국화마을 방향으로 하산
덜꿩나무
들국화마을
층층나무
애기똥풀
해당화꽃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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