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참 묘한 계절이다.
나처럼 감성이 무딘 사람에게도
쎈치멘탈인지, 멜랑꼬린지, 멸치꼬랑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모를 설레임을 준다는게......
그래, 살아 숨쉬고 있는 한,
마음만 열면 베풀어 주는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살 일이다.
어제 밤 늦은 시각 대상공원을 지나
영산강변으로 접어 들었다.
짧은 거리지만 대상공원을 걸으며
가을의 운치와 아름다움을 느꼈었는데,
이 날따라 차가운 가을 바람이 몰아치는
영산강변은 황량함과 쓸쓸함만이 느껴졌었다.
다시 첨단대교를 지나 쌍암공원과 과기원을 돌며
세시간여의 심야산책을 즐기려 했는데,
쌍암공원앞에서 잠시 망설이다
달밤의 체조를 중단하고 대상공원을 따라
집으로 향하는데
공원의 풍광이 며칠전의 모습과 많이도 변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공원의 명물 애기단풍도
소주를 한잔 했는지 달빛에 비쳐 벌겋게 물들어 있다.
아!~~~~~~~~~~~~~~~~~~
항상 느끼는 거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게 너무 안타까웠다.
이 가을을 그냥 보내서는 안될 것 같은 아쉬움....
늦은 시각이지만 그냥 잠들 수 없어 조그만 찻잔에
맑은 음료 두어잔을 따라 음미하다
고목처럼 쓰러져 잠이 든다.
그리고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도 안한 꾀죄죄한 몰골로
집을 나선다.
그리고 대상공원의 남쪽구역부터 한바퀴 둘러보며
만추의 공원 풍경들을 가슴속에 담아본다.
웬지 이 가을을 그냥 흘러 보내면 안될 것 같은 생각,
가을이 가고 있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내 인생과도 같이.....
하지만 나 아직 아름다운 나이이고
아직도 충분히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래서 담고 싶었다.
하찮은 영상이나마,
그리고 내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었다.
대상공원을 둘러보고 쌍암공원을 지나 광주과기원으로 접어든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쌍암공원은 참 좋은 곳이다.
하지만 좁다랗고 긴 집옆의 대상공원이 훨씬 정겹고 아름다우며
연륜도 짧은 광주과기원의 계절따라 바뀌는 풍취는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
세월이 흘러가면 청춘은 백발이 되고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겠지만,
과기원과 공원은 아마도 연륜따라 명물로 변해 갈 것이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했던가?
인간도 나이들어 몰골은 망가지겠지만,
연륜따라 아름답고, 품격있게 변해 갈 수는 없는 것일까?
그저 꿈꿀 뿐이다.
이 아름다운 세상,
비록 그 삶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겁더라도,
어차피 살다가 갈 세상
아름답게 살다가 아름답게 갈 일이다.
할 수만 있다면.............
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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