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 / 릴케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는 더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오래도록 그리 할 것입니다
잠을 못 이루고, 책을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흩날릴 때,
불안스럽게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일하러 나가야 하는 휴일 아침인데도,
평상시 보다 일찍 잠을 깼다.
이상하게도 일반적으로 휴일 아침이면
일찍 눈이 떠진다.
아마도 휴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설레임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몸이란 게 참 둔하다.
머릿속에선 평일처럼 일찍이 출근하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일찍 일어나서 무얼하겠다고....
그래, 이왕 일어났으니 공원산책이라도 하자.
이 아름다운 가을날 사무실로 직행하기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말이다.
가볍게 대상공원이나 한바퀴 돌고 오쟀더니
굼벵이 같은 아내는 피곤하단다.
피시! 지가 뭐이 피곤하다고?
혀서 홀로 대상공원만 살포시 둘러보며
가을날의 아쉬움을 달래보았다.
그래, 집만 나서면 아름다운 가을 풍취를 느낄 수 있는데
멀리 나서지 못함을 한탄할 필요가 무엇인가!
산책이 끝나갈 무렵
천사를 만났다.
환자복을 입은 할아버지 한분이
불편하신 몸으로 보행보조기를 밀고오시며
공원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줍고 계셨다.
아름다운 영혼은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한다.
.........
잠시 둘러본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아 올려 본다.
천사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공원에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주워가시는 이런 할아버지같이 아름다운 영혼이 있어 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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