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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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햇살처럼 가족방/햇살이의 풍경첩

가을의 치마자락을 부여잡고..../131119

서까래 2013. 11. 20. 00:58

 

이 나쁜 녀석!

아니,  이 나쁜 년!

니가 가시나건, 머시마건 거기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는데

그래도 이거사 이왕 왔으면

좀 머물다 가야지

싸가지 업시 니 맘대로 가불래?

 

그러먼 안되재.

니가 오먼 금방 가부는 줄은 알재.

암시러도 이 오빠 기분이 참  더럽다.

그래도 왔으문 오빠랑 더 놀다가 가야재

니 맘대로 가먼 쓰것냐?

느그 오빠가 쬐끔 바뻐서 신경 안써줬다고

싸가지 업시 그냥 가불라고야?

 

니가 정 그러먼 니 맘대로 해라.

근디 나는 너를 그냥은 못 보내것다.

혀서 일단은 너를 이러크룸 우리집에 볼모로 잡아 들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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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한곡 들으시고........

 

괜히 머리가 아파 조금 일찍 귀가하여

어제 먹다 남은 각굴 반포대기를 삶아 배터지기 직전까지 먹고나서

산책에 나섰다.

산책길엔 가는 가을비가 차갑게 반겨준다.

 

이왕 나선 길  폭우라면 피해야겠지만,

이깟 이슬비쯤, 못 맞을게 무어랴?

오락가락하는 가랑비를 맞으며 돌아오는 길,

 

가을의 잔재들이 손짓을 한다.

대부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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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가을 이때쯤이면 항상 심야 산책길에 낙엽을 한 웅큼씩 주워와 집에 놔두곤 하는데,

보기에도 상당히 운치있고 낙엽의 향을 맡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어제밤에는 평상시보다 많이 가져왔다.

너무 빨리 가버린 가을을 우리집에라도 붙들어 두고 싶어서다.

우리 각시가 치워버리지 않는 한 가을이 나와 함께 기거하리라!

 

아침에 아내가 묻는다.

"낙엽을 어떻게 가지고 왔어?"

"그냥 손으로 들고 왔지"

그랬더니 피시하며 웃는다.

아내가 보기에 손으로 들고올 양이 아니었던 것.......

 

암튼 당분간은 집에서 가을과 동거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