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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젖어가는 계룡산의 운치/131124

서까래 2013. 11. 25. 02:30

 

계룡산에 올랐어라!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젖으며 걷는 늦가을의 계룡은 너무 아름다웠다.

 

 

 

계절의 구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절기로 따지면야 입동이 지나고 소설까지 지났으니 당연히 초겨울에 들어섰다고 할 것이다.

허나 어찌 계절을 절기만으로 구분할 수 있겠는가?

이즈음이 되면 그 곳의 풍치에 따라 겨울기운을 느끼기도 하고,

늦가을의 풍광을 만나기도 한다.

 

 

1년여만에 다시 찾은 계룡은 수려한 산세와 온 산을 뒤덮은 아름다운 낙엽,

그리고 우비를 입지 않고도 모자 하나로 가리기에 충분한 운치있게 내리는 가을비까지,

또한 개운하게 옷을 벗어버린 계룡의 골격이 뚜렷이 드러나니

이 계절이 계룡의 최고의 모습임에 틀림없다.

혹자는 계룡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턱도 없는 소리라고 할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내가 어느때건 다음에 찾으면 그때 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암튼 그렇게 좋았다는 얘기다.

 

 

 

2주전 단풍산행을 하러 내려온 둘째딸과 둘이서 절정기가 살짝 지난 내장산 산행을 즐겼다.

거기서 둘째가 계룡산 산행을 제안해서 쾌히 수락했다.

해서 바로 아래 동생에게 시간나면 아버님산소도 들릴 겸 함께하자고 했는데,

 

전날 둘째에게 전화를 했더니 웬걸 저는 다음주 모임으로 산행계획이 대체된 걸로 생각하고

다른 약속을 해서 참여할 수가 없단다.

결국 멍석만 깔아놓고 날아가 버린 파랑새.ㅜㅜ

 

 

 

대전 현충원역에서 두 내외와 조카딸까지 다섯명이 만나

현충원에 계신 아버님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고계룡을 만나러 간다.

 

산행에 별 뜻이 없는 동생은 그저 술이 좋아.....

산에 오르기 전부터 산소에서부터 소주 한병에, 보드카 한병, 막걸리 두병

이렇게 비우고 동학사를 지나고 은선폭포를 지나니

자연스레 낙오병이 생긴다.

동생과 아내.........

 

 

 

조카딸은 힘이 넘쳐 앞서가고

나야 노회한 여우처럼 여유가 넘치지만,

제수씨에겐 힘에 부치는 길이다.

계룡산은 느낌으로 본다면 나이든 사람들과 잘 어울릴 것 같지만

등산로는 가파르고 돌길로 이루어져

관절이 취약한 노년들에겐 주의해야 할 쥐약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계룡은 젊음과 함께 해야 할 산이 아닐까 하는 나만의 생각이다.

 

 

 

씩씩한 유리를 바라보며, 수빈이가 함께 왔으면 둘이서 재잘거리며

얼마나 즐거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음봉을 지날 즈음부터 가늘은 가랑비가 부드럽게 내린다.

젖지 않을 정도의 운치있게 내리는 가랑비와 함께하는

낙엽에 덮인 계룡의 늦가을은 중년 사내의 남심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남매탑을 지나고 동학사를 거쳐 내려가니 날이 까맣게 저문다.

 

결국 동생네 가족이 예약한 차를 놓쳐 느지막이 출발하고

열시가 되어서 내려오는 길엔 장마철 같은 장대비가 쏟아져 내린다.

휴게소에서 한숨을 붙이고 집에 오니 한시가 넘었다.

그렇게 계룡과 함께한 늦가을의 하루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