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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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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04/상춘곡[賞春曲] /불우헌 정극인

서까래 2016. 4. 1. 16:53

상춘곡[賞春曲] /불우헌 정극인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한고.

(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한가? )

녯 사람 풍류(風流)를 미칠가 못 미칠까.

( 옛 사람의 풍류(멋)를 따르겠는가, 못 따를까 )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나 만한 이 하건마는,

( 세상의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 나만한 사람이 많지마는 )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마랄 것가.

( 산림에 묻혀 있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단 말인가 )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 초가삼간을 맑은 시냇가 앞에 지어 놓고 )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되여셔라.

(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주인이 되어 있도다. )


엊그제 겨을 지나 새 봄이 도라오니

(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 복숭아꽃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프르도다.

( 푸른 버드나무와 향그런 풀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푸르도다. )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 (이 풍경을 조물주가)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내었는가? )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 조물주의 신통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계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 숲 속에 우는 새는 봄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해 소리마다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로다. )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에 다를소냐.

( 물아일체이거늘, (새와 나의)흥이야 다르겠는가 )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 사립문 주변을 걸어보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

소요음영(逍遙吟詠)하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한데,

( 이리저리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보며, 산 속의 하루하루가 적적한데 )

한중진미(閑中眞味)를 알 니 업시 호재로다.

(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나 혼자로구나 . )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이나 가자꾸나 . )


답청(踏靑)으란 오늘 하고, 욕기(浴沂)란 내일하새.

( 답청은 오늘하고, 냇물에 가서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

아침에 채산(採山)하고, 나조해 조수(釣水) 하새.

(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 때에는 낚시질하세. )

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 이제 막 발효하여 익은 술을 갈포로 만든 두건으로 걸러 놓고 )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세며 먹으리라. )

화풍(和風)이 건듯 부러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물결을 건너오니 )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히 담기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 )


준중(樽中)이 뷔엿거든 날다려 알외여라.

(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 )

소동(小童) 아해다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 아이를 시켜 술집에 술이 있는지를 물어서 )

얼운은 막대 집고, 아해는 술을 메고

( (술을 사다가)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

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 시냇가의 호자 안자,

(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

명사(明沙) 조한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를 굽어 보니,

( 맑은 모래 위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 부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

떠오나니 도화(桃花)ㅣ로다.

( 떠내려 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 )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메이 긘 거인고.

( 무릉도원이 가깝구나, 저 들이 무릉도원인가 ? )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를 부치 들고,

(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진달래꽃을 붙들고 )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 산봉우리 위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려 잇네.

(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 널려 있네. )


연하일휘(煙霞日輝)는 금수(錦繡)를 재폇는 듯,

( 안개와 노을과 빛나는 햇살은 수놓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구나 )

엊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할샤.

( 엊그제까지 거뭇거뭇하던 들판에 봄빛이 넘쳐 흐르는구나. )

공명(功名)도 날 끠우고, 부귀(富貴)도 날 끠우니,

( 공리와 명예도 나를 꺼리고, 부귀도 나를 꺼리니 )

청풍명월(淸風明月) 외(外)예 엇던 벗이 잇사올고.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외에 그 어떤 벗이 있겠는가 )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하네.

(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헛된 생각을 아니 하네 . )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

................


경칩을 하루 앞두고 부슬부슬 봄비가 나리는 데,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부드러워진 흙을 뚫고 나올 이가 비단 개구리 뿐이겠는가?

얼어붙은 땅속에서 겨우내 숨죽이며 기다리던 새싹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 것이니,

녹양방초가 푸르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도다.

문득 정극인의 상춘곡 몇 마디가 떠올라 실어본다.

모처럼 다시 읽어보아도 옛 사람들의 풍류와 기개가 범상치 않다.

어찌 그분들의 풍류를 따르랴만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오후 행복하시길....


소리꾼 장사익의 “봄비”

https://youtu.be/5QZZemZUezc


이은하의 “봄비”

https://youtu.be/GGSZdNAA1S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