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처럼 흐르는 길이라면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는 길이라면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빨리 흐르느라고
미처 못다 한 풀잎과도
짙은 이야기 나누며
별들에게도 화답하며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무작정 빨리만 가면은
뭐라도 잡을 것 같기에 열심히
앞으로만 흐르기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다로 간 벗들은
증발되어 소금으로 변할 뿐,
앞만 보고 흐르는 것이야말로
지독한 슬픔이란 겁니다.
살아온 물길이 너무나
아쉬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물이라서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흐르고 싶습니다.
- 좋은 생각 중에서 -
한번 가면 되돌아 올 수 없는 인생길,
그래서 명기 황진이가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더냐?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하리.
이렇게 노래한 그녀도
천하의 풍류객들과 명산대첩을 벗 삼아 즐기다가 세상을 떠나니
미련없이 살았으니 무슨 미련이야 있었겠냐마는
어쨌건 인생무상이라...
황진이 사후 임제가 평안도사가 되어 부임하는 길에
그녀의 무덤에 제사를 지내며 함께할 수 없는 애틋한 마음을 이렇게 노래했다지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을 어듸 두고 백골만 무쳤나니
잔 잡아 권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옛 선인들의 풍류가 부럽기도 하지만 마음 뿐이고
그저 목월시인의 시처럼 구름에 달 가듯이...
아니면 물 흐르듯이 살다가 갈 수 있다면
그 또한 한판의 인생 아니겠는가?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게 인생이라는 걸 내 모르랴마는....
잘 아는 목월 시인의 시나 다시 한번 감상해보자.
- 나그네/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도도히 때로는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여유롭고 거침없는 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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