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할머니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집이 학교에서 멀었던 남학생은 학교 인근에서 자취했습니다.
자취하다 보니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할 때가 많아서
학교 앞에 있는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끔은 밥을 사 먹기도 했습니다.
식당에 가면 항상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남학생이 올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 먹고 누룽지도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
남학생은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와 밥 한 공기를 시켜놓고,
항상 누룽지 두 그릇 이상을 거뜬히 비웠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서인지,
거스름돈을 더 많이 주셨습니다.
남학생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거야.
할머니는 나보다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한 번 두 번을 미루고, 할머니의 서툰 셈이 계속되자
남학생은 당연한 것처럼 주머니에 잔돈을 받아 넣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 식당의 문은 잠겨져 있었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할머니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조회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눈 감아라. 학교 앞 할머니 식당에서 식사하고,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들어라."
순간 남학생은 뜨끔했습니다.
그와 친구는 서로를 바라보다 부스럭거리며 손을 들었습니다.
"많기도 많다. 반이 훨씬 넘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가 얼마 전에 건강상의 문제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본인이 평생 모은 재산을 학교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잠시 목소리가 떨리시던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 분한테 들은 얘긴데,
거스름돈은 자취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더 주셨다더라.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그날 끓일 누룽지를 위해
밥을 일부러 태우셨다는구나."
남학생은 그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유난히 할머니 식당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굳게 닫힌 식당 앞에서 죄송하다며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이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오전 내내 마님 가게에서 시중들며
마당쇠 노릇하다가 12시가 넘은 시각에
가마에 마님을 모시고 백양사 천진암으로 향했습니다.
어제 날씨 엄청 덥더군요.
가마에서는 회전부채가 찬바람을 만들어주니 견딜만 한데
숲이 많은 백양사에서도 나뭇그늘만 벗어나면 뙤약볕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매년하던 대로 저는 가마꾼 노릇하고 마님께서는 불공드리고 연등신청하고
맛있는 산채나물비빔밥에 늦은 점심 공양하고 내려와서
백양사경내를 대충 둘러보고 내려왔습니다.
아마도 마님께서는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을 겝니다.
가마꾼의 마음인들 어찌 안 그렇겠습니까?
절에 다녀오면서 보니 암자나 본 사찰이나 사방이 공사판이더군요.
10여년 전만해도 비구니들의 도량인 천진암은 오붓하고 단아한 멋이 있었는데,
요즘은 절엘 가도 돈 냄새밖에 안 나는 것 같아 좀 그렇기는 합니다.
부처님의 정신은 자비와 나눔일텐데
하나라도 더 움켜쥐어서 어디로 가져가겠다는 것인지...
베풀고 살 수만 있다면 베푸는 것보다 더한 기쁨과 행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그리고 부처님의 가호로 모두가 보다 행복해지기를 빌어봅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이어지는 황금연휴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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